1막./일상다반사

[일상] 언니네 이발관을 들으면서....

neopaper80 2009. 4. 5. 16:11

 

요즘. 음악을 좀 많이 듣는다.

거의 하루종일 귀에 꽂고 있다. 직업적으로 약간 가능한(?) 특징도 있지만..
여하튼. 드럼을 배우면서. 참 즐겁단 생각을 했다.
먹고 살 걱정만 없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아니. 집이 좀 잘 살았더라면.
그래서 그냥 내 용돈 정도 앞가림만 하면 되었더라면.
회사를 안다니고.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짬짬히 하고.
새로운 걸 배우고 빠져서 살고 싶단 생각을
진심으로 해봤다.

아니다. 사실 하루에 2시간씩 드럼을 칠 수 있다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서 부터 나온 공상이다.


게다가  그것도 이십대에나 해당되는 얘기일 뿐.
집이 풍족했었더라도
이미 내 한 몸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베이스드럼 엇박을 어제 첨 배웠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ㅠ
나이를 먹은 것도 있고, 타고난 박자감각 없음도 있고.

세상엔 수만가지의 삶이 있고
수천가지의 직업이 있고
또 수없이 많은 삶의 형태가 있다.

무슨 삶을 살든.
중요한건 자신감 충만한 모습으로 사는거다.
자신감까지는 너무 지나치다면
최소한의 자존감이라도...

그러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나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수는 없을것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그런 경험을 한지 너무 오래되었다.
그냥. '널 좋아해' 라고 말해버리기엔
세상을 너무 많이 알아버린듯하고.
내가 순수하게 '난 너의 이런 점이 좋아' 라고 말하더라도
그저. 나이 때문에 서로에게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난  점점 메말라 간다...

어쩌면. 나에게 별로 그런 감정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느끼기보단 생각하며 살도록 프로그래밍화되어버린 존재같으니까.

행복하다. 라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일까. 라고 고민을 해본다.
아니. 생각을 쭈욱 해왔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질문의 시작은.
난 행복한가? 여서 부터였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떤 감정이 행복일까?

살면서 딱 한번 입밖으로 내보았다.
"나 오늘 너무 행복한거 같아!" 라고.
스무살 언저리에.
정말 조심스럽게 발음해보았더랬다.
생소했다.
그 이후로는 그런 말을 할 일도 뭐 그런 상황도 없었다.

어쩌면 행복하지 않다. 는 걸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했던 것도 같다. 

어리석음.

욕심이 많은 탓일까?
아니면 배부른 소리일까?

아. 그리고 다이어트 하기 전까지는 이러나 저러나 연애하기 어렵지 싶다.
아무도 소개팅 해주지 않는다.
아무도 고백하지 않는다.
좀 슬프지만. 그냥 현실이 그렇단 거다.
나도 좀 엉성한 내 몸매가 맘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금도 모질지 못한 나는
오늘도. 그냥 하루를 떼운다.
그냥 웃기다. 남자를 만나기 위해 배고픈걸 참고 있는 내가.
어여쁜 모습이 이성에게 매력적이란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흠,

살이 빠지면 자신감도 생긴다는데
어떻게. 그거라도 해볼까?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님 왈
6집을 끝내고 음악 그만하겠단다.
언니네 이발관의 해체를 의미하는 건 아닌거 같고.
그냥 자기 생각에 마흔이 다가오니
더 이상의 창조는 어렵고,
그냥 자기가 음악을 그만 하겠단거다.

어쩐지 슬펐다.
난 5집에서 겨우 그들을 만났는데.
그 목소리에 이렇게 빠져있는데 말이지.

서른은.
아내가 되지 않고
엄마가 되지 않고
행동하지 않고
꿈만 꾸기엔
참 어정쩡한 나이다.

예전에..
혼자 쓰던 네이버 카페가 있었다.
일기도 쓰고
사람들에게 썼던 메일도 저장해두고
사진도 저장해두고....

거기에 글쓰기 꿈. 이라는 폴더가 있었다.
뭐 그래봤자 잡담이었다.
순간 순간의 단상정도.

국민학교 시절
무지하게 이쁘고 인기많고 게다가 글 잘 쓰는 어떤 아이의 글을 읽고
심한 좌절감을 느낀 이후
나는 글을 못쓰는 사람. 이라고 나를 단정지어버렸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 논술도 잘 못썼다.

그럼에도
글쓰기 학원을 다녀보고
글쓰기 책을 사고
여행책과 소설책. 신춘문예 책들을 끊임없이 사서 읽는다.

하지만 정작 한 줄이 습작도 해보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재능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나는 소설을 쓰고 싶은게 아니다.
근데 잘 모르겠다.
딱히 쓰고 싶은게 있는건 아니다.
그냥 글 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잡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