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엄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외할머니에 대한 별다른 기억은 없다. 초등학교 시절 몇 번 외갓집에 와서 자고 갔던 기억밖에는.
내 기억속의 외할머니의 첫번째 모습은 이미 너무 늙으셨고, 허리가 굽으셨고.
그럼에도 젊었을 적에는 멋쟁이셨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니가 현남이구나...라면서 손한번 꽉 잡아주시던 모습.
( 그렇다. 나의 세살때까지의 이름은 현남이었다....현명한 남자동생을 보라는 의미로 .;;
그래서 나는 할머니에 대한 친밀하고 소중한 기억들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
여하튼. 나에게 외할머니는 이정도 이야기 말고는 별로 이야기 할 것도 없고
기억나는 것도 없는. 그저 집안 어른의 喪 일뿐.
그럼에도 이틀이나 휴가를 내고 내려온 건 순전히 엄마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거 같다고 하면서도, 엄마도 이미 늙어버려 할머니를 모실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마음만 애닮아 하며 올해 들어 부쩍 빈번하게 외갓집을 다녀오시곤 하던 엄마는.
이제 고아가 되었다.
예순다섯의 나이와 고아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엄마 아래로 다섯명의 동생을 두고, 스무살 이후부턴 동생들을 데리고 자취도 하고, 도시락도 싸주며
살았던 엄마는, 외할머니의 돌봄을 졸업한 건 정말 한참 전의 이야기였다.
큰 딸이라는 의무감에 받기 보단 주어야 하는 마음이 더 컸던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고팠을까? 원가족 챙기기에 바빴던 아빠를 보며 엄마는 얼마나 서러웠을까?
그런 엄마의 원가족이 이제 정말로 끝이 났다.
아마는 한참동안 마음이 참 시릴거 같다.
그래서. 시리지 않아도 된다고, 옆에 있어주고 싶어서 내려왔다.
할머니의 얼굴은. 잘 기억도 나지 않으면서.
어쩌면 이런 나의 행동도 그냥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냥 이래야 할것 같다.
엄마.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