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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HONG] 나는 바쁘다.


나는 바쁘다.

일단. 회사에 일이 많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일하는 사람의 수에 비해 일의 양이 많은 것도 있고, 팀 환경이 변하는 중이라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파생되는 비효율도 있고, 약간의 긴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서는 집중하지 못하는 내 성질탓고 있다.
아. 그리고 100% 싱크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IT업계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종종 세심하지 못한 일처리 탓에 쓸데없이 일을 만들때도 있다. 혹은 다른 사람의 일처리를 기다리다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아니면 아주 드물지만...의리때문에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 ..........................................이런 모든 이유들로 나는 회사에서 늦게 퇴근한다. 그리고 가끔은 주말에 출근하기도 한다. 오늘처럼.

(회사가 아니더라도.)
역시 나는 바쁘다.

일단. 밀린 책들을 읽거나(-> 내 유일한 취미였는데 요즘엔 거의 하지 않는...) 혹은 친구들을 만나 술을 진탕 마시거나, 주기적으로 드럼학원엘 가서 드럼을 배우고,  아니면 카메라를 들고 어디론가 가서 무의미한 셔터질을 해댄다.

그래서 나는. 숨돌릴 틈도 없이 바쁘다.
타인의 기준으로는 한심해보일지라도, 나는 그 누구보다도 분주하고 정신없고, 숨이찬다.
바쁘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유일한 증거이고,
내가 세상에 발붙이고 있는 단 하나의 준거점이다.

나는 바쁘다. 그러나.
나의 바쁨엔 온기가 없다.
나의 바쁨엔 열정이 없다.
나의 바쁨엔 희망이 없다.
나의 바쁨엔 내가... 없다.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듯.
아무것도 이루려하지 않고, 아무것도 가지려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렇게 살고 있다.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아쉬워하지않고.
시간을 소비하면서.

유일한 장점은. 내가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거다.
힘들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난 바쁘니까. 로 나도 설득이 되어버리는 상황.

괜찮아. 괜찮아. 바쁘니까...괜찮아..

안다. 이건 변명이다. 
나중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이렇게 바쁠만큼 열심히 살았어.
성공하지 못한건 내 탓이 아니야. 라는 자기 합리화..

내 안에 내 삶에 성공한 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치열한,그러나 소모적인 싸움


바쁘다는 말에 위로받는 나로 살고 싶지 않다.
이젠. 내 인생을 살고 싶다.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들을 두 팔로 막고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딱. 한가지만 있었으면 좋겠다.
끝까지 가보고 싶은 무엇.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
그래서 내가 갈등하고. 고민할 때.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무엇.
그것만 할 수 있다면, 조금쯤 피곤하고, 조금쯤 희생하는 건 참을 수 있어. 라는 것.

연애가 무섭고,
결혼이 두려운건.
아미도. 이 때문일게다.

딱 한가지 그것을 찾지 못하면.

그리고 내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나는 내 사랑을. 내 사람을. 내 아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말 것이다.
나를 지우고, 나를 버리고, 나를 희생하고.
그러면서. 나는 기대하고, 바라고, 구걸하고, 좌절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것이다.

내가 내 손으로 나를 지우고서.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를 할 것이다.
내가 억지 부린다는 걸 알면서도.

그보단. 그저 바쁘다는 사실에 위로받는 편이 더 나은 것이다.
그 뿐이다. 내가. 사랑을 못하는 이유는.  짝사랑 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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