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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뜻깊은 생일선물^^

초등학교 때, 글을 써서 상을 받는게 작은 소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아주 이쁘장하게 생겨서 인기가 많았던 같은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하얀 얼굴이나 레이스 달린 양말보다 늘 글짓기 대회 같은 곳에서 상을 받는게 부러웠었다.

어찌보면 아마 그 때부터, 나의 척박한 경험을 탓하는 버릇이 생겼던것 같다.
'저 아이는 부자라서 많은 걸 경험해서 저렇게 잘 쓰는거야...' 
그러고 보면 예나 지금이나 남탓하는거 좋아하는 건 똑같구나.  좀 유치한 생각이었지만, 글쓰는데 특별난 재주가 없던 나는, 마음편하게 소재빈곤이 무경험 탓이라고 돌렸었다.

나도 꽤 모범생에 우등생이었고, 탐구발표대회나 수학경시대회, 혹은 자연관찰대회 등등에서는 상장을 많이 받는 편이었는데 ( 손발이 오그라드는구나...) 왜 잘하는것에 기뻐하지 못하고, 못하는 것에 안달나하고 집착하는 그런 어린이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욕심이 무지하게 많았던가보다. 

여하튼. 나는 글을 잘 못쓴다는 생각이 글을 잘 쓰는 사람이고 싶단 생각을 하게 했고,
이과적 성향이 분명함에도, 고등학교 때도 문과를 택하고, 그 중 그래도 성향을 파악해 경제학을 전공했었나?
( 뜬금없는 성향분석.....은 또 뭐지? ㅋ)

대학 때도,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라고 늘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별다른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 걸 하지 않더라도, 나의 대학생활을 충분히 바빴으니까.
과외를 하거나. 술을 마시고, 그 이후엔 고시생의 신분이었으니까...

어영부영 취직하고, 나는 이제 직장생활 4년차. 이제 밥값한다는 대리 1년차가 되었다.
일은 좀 할만해지고, 조금씩 재미도 있고, 암묵적으로 자발적 가난 & 다른 삶을 택하기 보단
사회의 규칙에 따라 모나지 않게 직장생활을 하는 삶을 선택하기로 결정을 내린 요즘
(이건 사실 어떻게 보면 말그대로 현실 안주일지도 모르겠다. 카드값에 허리 휘는줄 모르는 소비자로서의 삶)
그래도, 하고 싶은 것에 조금은 노력을 기울여 보자 라고 생각을 했었다.

책을 좀 더 열심히, 정성들여 읽자.
그리고 책 읽고 난 다음에 공들여 독후감을 써보자. 라고.

책을 적게 읽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독서 습관이 그닥 좋지는 않다. 바람처럼 읽는다고 할까?
빠른 속도로 책을 읽고ㅡ 대략적인 느낌과 주제 정도만 파악하면, 세부적인 건 까먹어버린다.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 내가 그러하듯이. 이런 독서습관이 안좋다고 생각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이십년쯤?
근데  읽는데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살았었다.

근데 서른 살 생일을 맞이한 기념으로.
마음을 바꾼거다. 마치 내가 요즘 다이어트 하기로 마음 먹은 것처럼..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읽은 첫 책이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 이고, 
처음으로 정성들여 써본 리뷰가 바로 이 책에 대해서이다.

그리고 오늘 받은 메일..

안녕하세요, 인터넷 서점 알라딘 TTB 운영자입니다.
고객님께서 알라딘으로 보내오신 TTB 리뷰가 이번 주 "이주의 TTB 리뷰"에 당선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축하와 함께 알라딘에서 도서를 구입하실 수 있는 적립금 5만원을 고객님의 계정에 넣어드렸습니다.
당선자 내역은 http://blog.aladdin.co.kr/town/winner/ttb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TTB 리뷰는 매주 3편씩 뽑는다. (나도 이런게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한주 동안 작성된 TTB 리뷰 중에 좋은 리뷰를 골랐다고 하는데 정확한 선정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고,
당첨(?)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겠다.
글고 내가 어느날 갑자기 글쓰기 실력이 쑥쑥 늘어난 건 아닐 거고..

다만, 내가 해야 하는게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했는데 누군가 열심히해보라고 격려해준것 같은 기분이다.
공돈 5만원 적립금 생긴 것도 생일 선물 받은 것 같은 기분이고.

나의 서른살의 첫번째 하루는 이렇게도 기쁘게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