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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hong's it] 서른살 선언 ^^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참 밝은데. 글은 왜 그렇게 어두워?'
'뭐 있는것 처럼 보이고 싶어하는거 아냐?"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일까?

지금보단 몇 살 더 어렸을 때. 내 감정의 밑바탕은 우울함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전반적으로 불안정하고, 우울하기도 했다. 
앞날은 깜깜했고, 주위는 짜증나는일 투성이였으며
깝깝한 일들이 간헐적으로 발생하여 내 발목을 꽉 잡고 있는 듯했다.
숨이 막혔고, 낭비했고,울부짖었으며, 달렸고, 취했다. 그리곤 방치...

그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남들 다 한 두 개쯤 가지고 있는 상처를 나만 크게 부풀려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에게 힘든 일들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남들의 판단이 아니라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떤게 느끼고, 행동했느냐. 이니까.
그리고 나를 끝까지 쥐고 흔들었던건. 그 상황에서의 나의 행동이나 판단들의 어리석음.

그래서 유쾌하고, 밝은 내 모습은. 어디까지나 가식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떠들고, 농담하고.
이는 어디까지나 우울하고, 어둡고, 어딘가 빈 듯한 나를 메꾸기 위한
또다른 가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더랬다.

그리고 이에 더해, 가면이 너무 두껍고, 가면과 가면 밑의 진짜 얼굴이 다르다는 사실에
힘들고, 또 힘들고. 정말 죽을만큼 힘들었다. 지금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할만큼.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실질적 정직' 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내가 30년 동안 살면서 나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사실 내가 만든 단어는 아니고, 며칠 전에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에서 본 단어다.
 보는 순간. 앗. 이 단어군.! 이라고 무릎을 탁 쳤으니...)   

이제 내가 내 삶을 살아가면서 기준이 되는 단어는 '실질적 정직'이다.
못나면 못난대로, 잘나면 잘난대로, 내 마음이 시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하고
내 마음에 반하지는 않게 살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나는 속물처럼 살수도 있고, 범법자가 될 수도 있고. 성공에 눈이 멀어 이를 히번득거리면서
살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모든 걸 다 두고, 어느날 갑자기 농사를 짓겠다고  시골집을 덜컥
살 수도 있고. 아니면 가방하나 달랑 메고 여행을 하다 길거리에서 거지처럼 죽을 수도 있다.

중요한건 더이상  나와 내가 아닌 것 사이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해석하고, 납득하느라 
부정적 기운을 해석하는데 내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건 굉장히 소모적으로, 힘들고. 낭비다. 충분했고. 충분했다. 

나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면서도 동시에 우울한 구석도 있다. 그 누구나처럼.
다만, 누군가의 불행중독증을 유지시켜주는 수단으로서의 삶을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말하기까지 너무 어려웠고. 죄책감에 시달렸고.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지금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하지만 내 깜냥으로 해줄 수 있는 일이 더이상 없다.

각자의 불행은 자신의 힘으로 딛고 나와야한다.
진정으로 불행한 원인은. 마음 속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