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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홍냥방랑기

[여행기]홀로 떠나는 여행-Raos(4) - 9/19(2)


2011년  9월 19일 (월)  
탁발 구경하기
 빡우동굴투어
푸쉬산 Sunset
 야시장 구경
 채식부페 식사



맥주 500정도는 음료수처럼 마시는 홍냥인데 더워서인지 아님 라오비어의 특징인지 알딸딸하다.
치밀어오는 이 감정은 뭐지? 위험하다.  외로운 생각이 든다.
기정이에게 되도 않은 카톡을 날린다.
"나 만나서 행복해?"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석은 평소처럼 간결하게 "응!" 이라고 보내온다.
해맑고 확신해 찬 얼굴이 눈 앞에 선하다.
아무래도 계속 앉아서 잡생각을 하다보면 우울해 질 거 같다.
내가 어쩔 수 없었던 무기력한 시간들로 돌아가
그 때의 슬픔을 끄집어 내어 끝없는 자기연민에 빠져도 좋을 기분. 
감정선을 끝까지 잡아 당겨 팽팽하게 만드는 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적당한 선에서 컷.!

자...이제 뭘할까?
숙소에 들어가서 늘어지게 잠을 더 잘까?
자전거를 타기엔 좀 더운데...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여행책을 봤더니 푸쉬산에서의 일몰이 멋지단다.
그리고 루앙프라방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고한다. 그럼 올라가 봐야지. ^^ 계단이 많다.
(입자료 10,000낍)







여행 중 처음으로 안정적인 기분을 느꼈던 곳.
가만히 앉아서 익숙한 차세정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가끔씩 불어오는 한줄기의 바람을 느끼며
홍냥에겐 낯선 감정인 심심함의 정체를 드디어 알게 된 곳.

훗. 나는 그러니깐 잔뜩 긴장을 하고있었던거였다.
음악도 거추장스럽고, 책 한줄도 집중해서읽을 수 없을 만큼 
잔뜩 긴장해서 주위를 살피고 살금 살금 걷고....
무지하게 괜찮은 척하며 씽긋 웃으며 산책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가는 여행은 참 심심한거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고. 무지하게 긴장하고 있었던 거라니.....푸하하.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생각의 꼬리는 어쩔 수 없이 나를 20대로 몰아간다.
내가 차라리 그 때 나에게 조금 더 관대했더라면. 
그리고 오히려 지금 나에게 좀 더 엄격하다면.
나도 소위 성공이란 걸 하는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언제쯤. 지금을 살 수 있을까? 조금 답답한 생각도 든다.

긴장감을 인지하고 나니 심심함은 사라졌다.
그러나 푸쉬산의 일몰은 좀체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구름이 다 가려버린 하늘을 보아하니  순천만에서 경험했던 그런 찰나는 아무래도 못볼 듯 싶어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그리고 루앙프라방에서 유명하다는  생과일주스.
더운 지방이라 그런지 자꾸 시워한걸 찾게 된다.
과일만 갈면 5천낍. 오레오 섞으면 만낍. 요플레 섞으면 만오천낍.
나는야 직장인. 만오천낍 정도는 써줘야지. ㅋㅋ
.....라고 생각을 한 건 아니다.
그냥 요플레 섞은게 가장 맛있을거 같아 가격도 안물어 보고 일단 시켰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만오천낍이랜다.
여행책자엔 생과일주스 5천낍이라길래 첨엔 바가지 쓴 줄 알았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딱히 항의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돈을 내고
뒤돌아 궁시렁 거리며 마셨다. 근데 몇 번 사먹으면서 보니깐 그냥 그게  맞는 가격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이미 알고 있는것을 얼마나 많은가?
단순히 책에 나오는 지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규칙이라든가 룰 같은 것들.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호의인지, 그리고 감사 표현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인지, 바가지인지...의심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규칙들이
낯선 곳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내가 모르는 그들의 룰이 있을 것다.
먹고 놀고 잠자고.  여행에 가서 하는 행동들도 일상에서와 다를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꾸역꾸역 어딘가로 떠나는 건 그 낯설음이 즐겁기 때문 아닐까?
적어도 홍냥에게 여행이란 낯설음에 대응하는 나를 관찰하는 재미. 인거 같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 
신나는일이다. 

생과일 주스를 손에 들고
야시장 구경에 나섰다. 
처음부터 맘에 드는 것들을
모두 사겠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탓에 신나게 사고 신나게 흥정했다.

슬리퍼. 티셔츠 2개. 가방.
와인병덮개.바지.자석.친구들 선물...

처음엔 3만낍을 부른다.
그럼 나는 시원하게 반으로 깎는다.
안된단다. 결국 2만낍에 협상이 끝난다. 별다른 말도 필요 없다.
계산기를 사이에 두고 표정과 톤으로 협상한다.나는 한국말로, 그들은 라오스어나 영어로..하지만 소통이 가능하다. 협상이 안될 때는 냉정하게 일어서서 돌아선다. 그러면 다시 붙잡고 깍아준다. 순박한 사람들. ㅎ

특이한 건 없다. 손으로 만든 것들. 파우치. 가방. 이불. 앞치마.수공예품. 벌레로 담근 술. etc...
어차피 물가가 싸사 마음껏 질렀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니 4만원 남짓. 
그리고 이건 라오스 사람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비이니  공정여행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호홋. 합리화라고 해도 어쩔 수 없고 ㅎ

한참을 구경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저녁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며 야시장을 걷고 있는데
우연히 들어선 골목에서 부폐 발견.  루앙 프라방의 야시장 부폐도 나름 유명한 명물 중의 하나 라고
소개한 블로그 그들을 보며..꼭 가봐야지? 라고 다짐까지 해놓고 완전 까 먹고 있었는데...꺄악..

만낍을 내면 접시를 하나 준다.
그럼 접시에 먹을만큼 음식을 담으면 된다. 사진에 보이는 먹음직 스러운 꼬치는 별도 판매다.
마음 같아선 부폐도 먹고 별도로 파는 생선이나 소세지도 먹고 싶었지만
일행이 없는 홍냥에겐
선택할 수 없는 선택.
대신 라오비어로 허전함을 채운다.
부페 한접시로 저녁 해결!! 

밥까지 먹고 나니 어쩐지
이번 여행에 대한 예감이 좋다.
막 용기가 생기는 거 같다.

헤헤헤.





갈까 말까 끝까지 망설이던 방비엥에 가서 카약킹을 하기로 결정했다. 
하루를 스스로 통제하고 나니 어쩐지 좀 더 적극적으로 여행을 즐겨도 될 거 같은 자신감이 생겨..
자신감을 까먹기 전에 버스표를 샀다.   루앙프라방-방비엥 구간에 비가 많이 와서 도로 유실로 
이동이 어렵다고 하던데. 여행사에서는 괜찮다고 한다. 뭐. 어때. 버스에서 시간 좀 보내면. ㅎㅎ

심심함으로 가장했던 긴장감을 조금씩 즐거움으로 바꿔가며
그렇게 무사히 루앙프라방에서의 하루를 끝냈다.  뭐지? 이 대견한 기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