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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추억의 단면.

 

 

'그러니깐 니가 결혼하려고 찍어두었던 예식장에서 너의 옛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결혼한다는거지?'

 

B 군이 우리집 코앞에서 결혼한다는 얘기를 L 모양에게 전했을 때 그녀의 반응이다.

뭔가 대단한 뒷얘기라도 있는거 같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없다.

B 군의 예식장이 그곳인건 그저 우연일 뿐. 

이제 10년쯤 전 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시기에  있었던 우리들의 감정은 그 흔적 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은 에피소드 였던 셈이니.

 

B 군 뿐만 아니라 내가 마음에 품었던 그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거나. 혹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인생의 2막을 시작하여 행복하게들 살고 있는거 같다.

딱히 그럴 이유야 없지만. 내심 기쁘기도 하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던 겉 같아서.

 

그럼에도. 그의 결혼을 맞이하여 블로그에 글까지 쓰고 있는 건 왜일까? 

예전 연애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 볼 때, 아름답다거나 혹은 풋풋함이 그립기 보단.

아직까지도 나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찾아 헤맨 탓에, 그리고 그런 감정의 기복을 막돼먹은 방식으로, 어떤 면에서는 폭력적으로

상대방에게 책임지고, 공유할 것을 강요했던 모습들이 생각나서.

사실, 기회가 된다면그들에게 나의 모습은 어떤 기억인지. 그리고 혹시 오해 하는 면들이 있다면

한번쯤은 설명할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했다.

그럴려고 시도했던 적들도 있고. 실패로 인해 더 무참히 무너지기도 했었지만. 훗.

그저 지금은 그냥. 20대엔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정도로 대충 묻어두고 잘 살고 있다.

아마도 지금 내가 이만큼 안정적일 수 있는 건, 한결같은 모습으로 해맑게 웃는 기정군 덕분이겠지만.

그것뿐 아니고, 내가 나이 먹어서 이제 철이 조금 들었다고도 생각하구 싶다.

그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내 모습이 맘에 든달까? ㅎ 

물론!!!!!!!!  그곳에서 결혼하는 건 맘에 안들지만 ;;;;; ( 오빠! 거긴 내가 찍어놓은 곳이라구요!!!!!! )

내가 봤던 그의 외로움이 풍요로움으로 채워지길 바래본다.

 

오늘은 그럼 미처 돌려주지 못했던 임현정 4집을 들으면서 잠이나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