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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맥락.

 

참 맥락없는 시간들이었다. 뒤돌아 생각하면. 말이다. 내 과거의 많은 순간들이.

드라마와 여행을 멀리하고 틈틈히 책을 읽어대는 중. 하지만 늘 그렇듯 구체적인 팩트들은 내 머리에 남지 않는다.
나의 기억력은 강한 휘발성을 가진터라. 이미지들만 남긴 채 사라진다.

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어쩌면 내 삶 자체가 이미지 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허전한 걸지도.  애니웨이.

 

뜬금없이 얼마전에 자기계발서 비슷한걸 하나 읽었다. 30대를 대충 살면 수습할 수 없다는 어떤 성공한 여자의 절실한 충고 였는데

그 진심이야 백번 이해가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근데. 삶이 길어진 만큼 30대에 두 번쨰 인생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은 동의 한다.

그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만 정체성을 가져갈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내가 이직을 알아보다 그만둔 건. 어차피 직장생활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어디를 가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서다. 물론, 좀 더 일을 빡세게 하고. 연봉을 좀 더 받는 곳을 알아 볼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곳을 알아보고, 그곳에 적응을 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에 비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그다지 많지 않을 듯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걸 싫어하고, 성실한 편이다.  뭐 안 그런 사람 없겠지만.... ㅎㅎ

그리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얼마전 까진 이런 나를 고치려고 했지만.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나를 그런 상황에 몰아넣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합리화? )

그리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분명 나는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니깐.

굳이 맘이 내키지 않는 것들을 '그래야 한다' 는 마음으로 할 필요는 없다.

 

대신. 회사와 나를 조금 분리하기로 했다.

단순히 주어진 임무를 행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인정을 갈구 하는 사람이다. 인정.

엄마에게도 그랬고.  회사에서도 그랬다. 물론 그렇다고 엄청 적극적으로 조직생활을 한 건 아니지만. 조금의 트러블도 참지 못하고

내가 손해보는 쪽을 택했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일정보다 회사 일을 우선으로 했다. 진심으로.

그래봤자 대리 나부랭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어쨌든 사적인 부분없이 많은 부분을 쏟아부었다는 거다. 내 입장에서.

그러다 보니. 나는 인생이 허전했고. 그래서 다른 일들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 보니 일상이 온통 별로였다.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조금 긴 호흡으로 천천히 해보기로 했다.

시도해봤자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은 좀 집어치우고

유연하게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극과극. 이게 아니면 저거라는. 극단적 생각이 나를 힘들게 하는 거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 내가 변하면 된다....

 

그리고.

내가 진짜여도 된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