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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홍냥방랑기

[세상구경] 여름휴가- 제주올레 1코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감동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가 스펜인의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산티아고를 꿈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인들이 한달 이상의 시간을 빼서 트래킹 여행을 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대신 우리에겐 제주올레가 있다.
서이명숙. <여성흡연잔혹사> 의 작가로, 여성 신문 편집장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그녀가
산티아고를 다녀와서,  산티아고만큼 아름다운 제주도에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 주었다.
아니. 길은 이미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그 길은 걸어도 된다고.
이만큼 아름다운 길이 있으니 같이 걸어보자고 그렇게 속삭여주었다. 
그리하여 <홍냥> 의 서른살 여름휴가는 그 속삭임에 응해주는 것으로 채워주기로 하였으니..
09년  05월 23일 (토) ~ 09년 05월 30(일) 까지의 일정으로 제주 올레를 만났다.

20살의 사춘기를 함께 앓았던  그녀들과 함께.  사리. 채나. 지니어스.

 

 

 

 

코스 경로(총 15km, 5~6시간)

시흥초등학교-> 말미오름(2.9Km) -> 알오름(3.8Km) -> 중산간도로 ->종달리 회관(7.3Km) ->
목화휴게소 -> 성산갑문(12.1Km) -> 광치기해변 (15Km)

 

 

 

 

 


 

1코스 완주하는게  보통 5~ 6시간 걸린다는데 우리는 간세다리 정신을 철저하게 지킨 바람에 저녁을 먹고는
더이상 걸을 수 없었다.  아름다운 곳을 마주치면 질릴 때까지 앉아서 그곳을 즐기고, 수다를 떨고,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완주가 목표가 아니었다.  내가 바라던 바는 화내지 않아도 될 일에 화를 내고
화 내는 나자신에게 실망하고, 직장인의 정체성 120% 가 되어가고 있는 나를 한번쯤 풀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제주올레 길을 나에게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주었다. 어쨌든 첫째날까지는 완벽했다.

무엇보다 신기한건. 지겹지 않았다는 거다. 오솔길을 가는가 싶으면 언덕이 나오고, 힘들다 싶으면 바람이 부는 목장이 나오고, 풀냄새가 지겨워질무렵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지고.  단지 비행기 타고 한시간 날아왔을 뿐이데  전날 10시까지 사무실에서 모니터와 씨름하던 시간들이 마치 100만년전쯤의 일 같을 뿐이었다.

그리고 하루를 마치면서, 일주일 휴가에 고작 하루가 지났다는게 너무 행복했다...
※  간세다리 :  게으름뱅이의 제주도 사투리 


공항에서 내려서 숙소로 이동하던 도중,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잠깐 고민했었다.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건가. 아님 봉화마을로 가야하는건가.

그만큼. 허탈했고, 허망했고, 가슴이 아팠다.

그렇지만 휴가는 계속 하기로 했다. 어렵게 휴가를 낸 탓도 있고
걸으면서 조용히 애도의 마음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덕분에 일주일동안 TV 를 보지 않겠다는 계획은 무참히 깨지고.....
열심히 열심히 봤다...김비서랑 마봉춘이랑 비교해봐가면서.
어차피 처음부터 날을 세우고 비교해서 그런지 차이는 금방 났다.
아마도 학습의 효과이지 싶은 생각을 했다.  인터넷 덕분에. 빠른 속도로 흐르는 정보들 덕분에.
동시에  MB 세력이 왜 그렇게  방송법에 목을 메는지. 그리고 인터넷을 안하시는 어르신들을
얼마나 쉽게 속일 수 있는지. 를 알 수 있었다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