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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잡다감상문

[독서] 그저 그런 독서감상문

내 블로그는 친절하지는 않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면서,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공간에 나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좀 더 어렸을 땐, 그저 누군가 알아줬으면..하는 마음도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저 습관 같은 거다.

차곡 차곡 쌓여가는 나의 시간.

 

싸이를 한번 없앴던 적이 있다.

K 와 헤어진 후유증이었는지, P 와 헤어진그 후유증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여튼 그렇게 탈퇴버튼을 누르면 모조리 처음으로 돌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그랬던거 같다.

어찌보면 그 추억도 내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음.

 

'대책없이 해피엔딩'

김연수와 김중혁이 씨네 21에 주거니 받거니 했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죽자고 영화에 달라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

초등학교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갈구는 글을 읽을 때는.

좀 어려운 영화 이야기여도 상관 없고, 처음 듣는 제목이어도 괜찮다.

그들의 탄탄한 관계를 기반에 두었을 때만 가능한 글들이 그저 신나고 재미있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김연수가. 나도 가지고 있는 10년 다이어리를 무려 2권이나 가지고 있다는 것.

1+1 으로 행사할 때 샀다는데. 20년을 기록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런지.

나도 스물아홉이던가 서른이던가 되는 해에.

처음으로 내가 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을 즈음에 그 다이어리를 샀었다.

매일 매일 차곡차곡 적으면서, 좀 설레였던것 같다.

3년쯤 후에 오늘, 같은 날의 일기를 읽으면 기억이나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피식거리기도 하고.

 

하지만. 어른이 된 후 했던 어떤 연애가 무거운척하며 싱겁게 끝나고 나서.

나는 잠시 기록하는 것에 흥미를 잃어버렸었다.

그 짧디 짧은 연애의 시작 무렵 설레임을 기록했던 그 10년 일기장은 거의 폐기처분되기 직전의 상태로 구석으로 밀려났다.

그래도 실물이 있는 그 노트는 인터넷의 세계처럼 클릭  한 번으로는 사라지지 않는 덕분에 내 추억은 온전히 자리잡고 있다.

 

김연수 같은 작가도 산다는 ( 결국엔 좀 끔찍해 했지만! ) 10년 다이어리.

몇년 간은 공란으로 둔채 다시 기록을 시작해볼까 한다.

 

마흔이 되기 전까지 앞으로의 시간들이 내 인생의 가장 소용돌이 같은 시간이 될테니깐.

 

자기 앞의 생

제목 만 알던 책. 로맹가리가 편파적인 프랑스 평단을 놀려주고 싶어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고

프랑스에서 유명하다는 상을 또 받았다.

동일한 사람이 두번 받은 적 없다는 상을 받고, 로맹가리를 폄하하고, 에밀 아자르를 칭찬하던 평론가 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었단다.

권위 란 것이 처음 생겼을 땐,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시간이 가면. 그 권위는 그저 그 권위로서 기능을 하기 일쑤다.

조직이 그런것 처럼. 조직이 그 자체의 생명력으로 이유를 찾으려는 모습에서, 나는 인생의 무상함에 대해 배웠고.

일상의 모든 것을 얕잡아 보는 시각이 생겼다.  어차피. 다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ㅡ 뻔히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그런 판 속에

나는 그저 하나의 기능으로 삶을 살아갈 뿐이라는 생각.  이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단지, 남들에게 다른 설명을 하기 귀찮으니

기능으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해 충실 할 뿐. 이라는 생각.  아니 어쩌면. 그런 판 속에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서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

물론, 그런것치고는 지나치게 열심히 살고 있지만. 훗.

 

모모는 열살에서 갑자기 열네살이 되는 모모는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는 모모는 눈 앞의 실존에 충실하다.

에밀 아자르. 아니 로맹가리가 이소설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바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내가 나에게 원했던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어린 아이가 있다.

 

 

일인분 인생 - 우석훈

 

88만원 세대를 처음 읽고, 폭풍 감동이었다. 88만원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고 회사를 다니고 있던 나였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단 빈곤하던 나에게 그의 책은 위로였다.

하지만 같이 책을 썼던 사람과의 잡음.

그리고 생각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이런 저런 평가(?)

연달아 읽었던 몇 권의 책.  그냥 다 비슷비슷한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우교수님은 잊고 있었다.

 

일인분 인생. 그저 또 20대를 위한 충고의 책인가 했다.

근데 웬걸. 40대를 넘어가며.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 1/10 밖에 안 읽었지만.

마흔 예찬론자로 마흔에 집착하던, 그러나 그냥 저냥 흘러가는 시간들에 마흔이 뭐야? 라며 잊고 있던 나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계기가 될 책이라는 예감이 든다.

 

성숙과 진짜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말지어다. 홍냥.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