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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잡다감상문

[독서] 책은 도끼다 2013_002

책은 도끼다책은 도끼다 - 8점
박웅현 지음/북하우스

책은 도끼다. 

북하우스  2011 10월 박웅현

박웅현은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은 경기창조학교 프로그램이 일환으로 인문학 강독회를 진행했던 내용을 펴낸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 중 ....우리가 읽은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우리가 그 책을 왜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그에게 책은 도끼였다. 머리 속의 도끼는 그의 잠든 세포를 깨우고, 촉수를 예민하게 했다. 그를 바탕으로 그는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을 통해 그의 도끼들을 공유 하려고 한다.  단순히 책 자체의 소개 뿐만 아니라, 그가 책을 읽는 법. 그리고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법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책은 강의와 같이 8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도 강의 전에 함께 읽고 이야기할 책들을 미리 공유 했나보다. 미리 책을 읽고 온 청중들이 같은 책을 읽은 그의 생각, 느낀 것. 그리고 동시에 책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운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이철수 -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 이철수 신작 판화 백선 / 학고재 / 1992

이철수 - 마른풀의 고래 / 학고재 / 1995

이철수 - 이렇게 좋은 날 / 학고재 / 2000

최인훈 - 광장/구운몽 / 문학과 지성사 / 1976

이오덕 엮음 - 나도 쓸모있을걸 / 창비 / 1991

 

첫번째 강의에서 박웅현은 자신의 책읽는 방식에 대해 소개한다. 1 30~40권으로 비교적 적은 수의 책을 읽지만, 대신에 깊이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부분, 감동받았던 부분들을 책을 다 읽고 나서 따로 옮겨놓는 작업을 한다. 이런 방식의 책 읽기를 통해 한 권의 책을 접할 때마다 깊은 울림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것들에 어떤 식으로 감동을 받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다독에 대해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 내가 주의깊에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빠르게 읽지만, 읽고 나면 그 뿐인 독서를 주로 하게 된다. 기록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럴만한 여력도 되지 않는거 같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정리를 할 만큼 깊게 책을 읽지는 않는다. 어찌보면 자기만족이고, 기만이며, 시간낭비다.  나의 독서는 대단히 키치적이며 내가 지금.여기를 살지 못하는 나를 반증하는 예이다. 이런 나에 대해 과거 유년시절의 성장환경 탓으로 돌리며 지속적으로 투덜 댈 것아니라, 사소하지만 독서습관을 바꾸고, 연습하는 것을 통해 지금. 여기를 사는 연습을 해봄직도 하겠단 생각이 든다.

 

2.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자전거 여행 / 생각의 나무 / 2000 /2004

너는 어느쪽이냐 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생각의 나무 /2003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 푸른숲 / 2005

화장-이상문학상 수상집 / 문학과 사상사 / 2004

바다의 기별 / 생각의 나무 / 2008

 

두번째 강의의 주제는 김훈 이었다. 김훈의 글을 통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엿보고, 그러한 방식(사고의 전환?) 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지, 대단한 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사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책은 이미 사둔지 오래되었다. 알라딘에서 50% 할인할 때. 김훈의 책인데. 한권은 읽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그렇지만 1권의  1/3 도 채 읽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빽빽해서 성격급한 나로서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던게다.

하지만, 박웅현의 강독을 읽고(듣고?) 나니, 다시 참을성을 가지고 한문장 한문장 곱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불안 / 이레 / 2005

우리는 사랑일까 / 은행나무 / 2005

동물원가기 / 이레 / 2006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 생각의 나무 / 2007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청미래  2007

 

오스카와일드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웅진싱크빅 / 2008

 

소위 책을 좀 읽는 다는 사람치고 알랭 드 보통의 책 한권 안 읽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사랑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댄 듯한 책 [우리가 사랑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를 읽고 나면 인생의 희극과 비극을 모두 쥐고 흔드는 사랑이 좀 건조하게 느껴진다. 

박웅현은 이 두 책 속의 철학적 이야기까지 뽑아내 해석을 하며, 책을 읽었던 사람이나, 읽을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좀 더 던져 준다.  그리고 [불안] 에 대해 이야기 하며 [행불행은 조건이 아닌, 선택이다] 라는 그의 결론을 공유한다. 

그리고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동물원가기]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를 통해, 우리가 평소에 무심하게 지나쳐 갔던 것들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책을 써내는 보통의 관점을 설명해준다.  더불어 오스카 와일드 소설도 함께 소개하며,  박웅현에게 독서란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온몸이 촉수인 사람.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사람.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

내가 바라는 이상적 자기.

 

4.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대니얼 디포-로빈슨 크루소 / 펭귄클래식 코리아 / 2008

고은 - 순간의 꽃 / 문학동네 / 2001

미셀 투르니에 - 방드르디, 태양의 끝 / 김화영 / 2003

 

박웅현에 따르면, 로빈슨 크루소는 일종의 계몽소설이다. 18세기 가장 발전한 국가 영국인이 미개한 어느 나라에 가서 땅을 개간하고, 가축을 기르고, 프라이데이를 문명화 시키는 줄거리를 가진 이 소설은 서구열강이 중남미를 파괴하고, 아시아를 침략하는 등의 몹쓸 짓을 근대화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던 것과 정확히 같은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 특히 인간 중심적 사고 방식이다.  [방드르디,태양의 끝] 20세기 프랑스 작가가 [로빈스 크루소] 를 다른 관점으로 바꿔서 구성한 소설이라고 소개한다. 배가 난파해서, 섬에 도착한 로빈스 크루소는 문명화를 추구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오히려 더 큰 품은 자연의 법칙으로 순응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욱 더 평온함을 느낀다.

 

어찌보면, 자연의 순리가 문명보다 더 포괄적이고 폭넓은 개념이다. 문명은 단지 인간의 편리와 이기를 위해 만든 것일 뿐이니깐.

박웅현은 고은의 시가 바로 자연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소개한다. 예술이든. 문화든. 아무리 난리법썩을 떨어도, 자연은 그저 그 순리대로 존재할 뿐이란다.

박웅현은 고은의 시를 통해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성질 급한 나는 알랭드 보통의 책 2권과 고은의 시집 <순간이 꽃> 을 주문해서 이미 손에 들고 있다. 하지만, 시집을 펼쳐 첫번째 시를 읽고 나서도, 도무지 시인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읽혀지지 않는다. 이런걸 낮놓고 기역자도 못읽는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5.

김화영-행복의 충격-지중해,내 푸른 영혼 / 책세상 / 1989

김화영-바람을 담는 집 / 문학동네 / 1996

김화영-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김화영 예술기행 / 문학동네/2002

니코스 카잔차키스 - 그리스인 조르바 / 이윤기 옮김 / 고려원 / 1993

니코스 카잔차키스 - 천상이 두 나라 / 정영문 옮김 / 예담 /2002

로버트 카플란 - 지중해 오딧세이 /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7

알베르 카뮈 - 이방인 /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9

앙드레 지드 - 지상의 양식 / 민음사 / 1997

장 그르니에 - / 김화영옮김 / 1997

R.M.릴케 - 말테이 수기 / 박덕환 옮김 / 문예출판사 / 1984

 

-...프랑스인으로 알제르의 알제가 고향인 알베르 카뮈와 그의 스승 장 그르니에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김화영, 그리스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까지 단어마다 문장마다 지중해의 찬란한 햇살을 부숴넣은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보겠습니다. ....-

 

그렇다. 5강의 책 중 내가 읽은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 한권이다. 그리고 지중해는 낯설다. 가보고 싶었던 적도 없다. 하지만 5강을 읽고 나서 나는 인생에 한번은 견딜 수 없는 햇살을 함께하는 곳이라는 지중해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화창한 날씨의 연속인 그곳의 사람들은 삶이 고통스럽지 않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행복한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 때문에 슬픈 사람들이라고 한다.

  

6.

밀란쿤데라-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1997

 

좋아하는 소설가 있니? 라고 누군가 물으면 항상 밀란쿤데라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농담을 좋아하는 소설로 꼽는다. 

그리고 드물게 두번 이상 읽은 소설이다. 그렇지만 박웅현의 강독을 읽으니 책을 헛 읽었던거 같다.

 

7.

안나카레니나 1.2.3. -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09

 

8.

법정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 삶 / 2006

손철주 -인생이 그림같다- 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 / 생각의 나무 / 2005

(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의 개정판 )

손철주 -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미술이야기 / 효형출판 / 1998

오주석 - 한국의 미 특강 / / 2003

오주석 -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2005/2006

오주석 - 그럼 속에 노닐다 - 오주석의 ??? / / 2008

최순우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 학고재 / 2002

프리초프 카프리 -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 김용정.이성범 옮김 / 범양사 / 2006

한형조 - 붓다의 치명적 농담-한형조 교수의 김강경 별기 / 문학동네 / 2011

 

6강. 7강. 8강.

주제는 동일하다.  

책을 통해 박웅현이 계속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런거 같다.

자연사 앞에서 보잘 것 없는 인간사. 거만하고 무게 잡으며 살지 말고, 겸손하게 주어진 시간을 풍부하게 살아가자. 촉수를 일깨워 민감하게 행복을 선택해서 살아가자.

이는 당연히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가능한 생각일 것이다.

머슬로우의 욕구 발달 단계에서도 생존에의 욕구가 가장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삶이 눈에 보이는 조건들에 생을 지나치게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소한 이만큼은. 그래도 이정도는. 이라는 외적 조건.

물론 이로부터 전혀 자유롭지 않다. 그리고 자유롭고자 하는 노력조차 쉽지 않다. 솔직히 사회에 물들면서 노력을 하는 것 조차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뭐. 라는 변명을 하면서. 하지만 다시 노력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http://neopaper.tistory.com2013-01-26T14:13:59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