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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홍냥방랑기

[세상구경] W호텔 관람기

내 고등학교 친구들은  1년이면 2,3번 함께 여행을 간다.
학생때는 차도 없고, 돈도 없고, 게다가 아는 것도 없어서
경춘선이 지나는 곳의 펜션을 잡아 바람쐬고, 맛있는거 해먹고 수다떨고 오는 정도였지만
언제든 마음 먹으면 함께 떠날 이들이 있다는 게 즐겁다.
청평, 가평, 대성리, 강촌, 현리, 양평 ..... 그래 즐거웠지만 그래도 경춘선은 이제 지겨웠다.
기차도 타고, 버스도 타고, 심지어 택시도 타고 갔지만

그래서 작년에는 거제도를 갔고, 거제도가 즐거웠고 다음 여행을 위해 2만원씩 돈을 모으고 있다.
우리의 통장에는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어딘가 놀러갈 수 있는 돈이 이미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장소를 고르고 또 골랐으나  별다른 장소가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올해 여름 민모양도 결혼하고, 다들 바빠서 멀리 여행갈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하여
결정한 것이 바로 호.텔. 패.키.지.였다.
그리고 우리동네에서 젤 가까운 호텔은 바로 그 유명한 ★★★★★★ W호텔 이 아닌가.
우리에겐 돈도 있고 친구도 있고 제품도 있고 거리도 가깝고,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사실 모든 호텔패키지 중 W 호텔이 젤 비쌌다. 뭐 딱히 제공해주는 것도 없고.
그렇지만 유명한 그곳에서 한 번 자는 것도 좋은 추억이겠다 싶어 그냥 예약했다.

다들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신랑이랑 신혼여행가기 전에 하루 자고 가면 되지 않겠냐. 라고 하지만
신랑은 신랑으고 친구는 친구니까~

그리하여 선택한 SUMMER IN THE CITY_2008 W 써머 패키지!
원더풀룸 1박 + 아침조직 +  헬스장 + 실내수영장 포함하여 1박/2인에 339,000원
우린 5명이라 방 2개를 예약했다.  추가 1명까지는 조식비 3만원을 내면 된다.

W 호텔 1 W 호텔 2



이 사진들은 W호텔 원더풀 룸의 내부와  외부전경 그리고 실내수영장 사진이다.
문을 열면 빨강과 흰색이 눈에 들어온다.
이불, 슬리퍼, 목욕가운 등의 빨간 색을 주요톤으로 하고 나머지는 주로 흰색이다.
폭신폭신한 침대와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이불은 포근했고  나란히 놓인 샴푸, 린스병은 섬세했다.
반신욕을 하고 사진에 보이는 빨간 가운을 입고
신선한 과일주스를 마시면서 소설책이나 읽으면서 일주일쯤 푹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리모콘으로 커텐도 칠 수 있었고, 전등도 켤 수 있었다.

3시쯤 체크인을 하고 각자 사진을 찍거나 방을 구경하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1층에 있는 키친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키친


유명한 곳이라는데
코스요리가 메인 인 것 같다.
코스는 모두 똑같이 나오는 거라
이런 저런 것을 맛보고 싶은 마음에
우리는 단품요리를 선택했다.

스테이크(2인분), 양고기. 스파케티, 생선요리 등을
와인 한병과 함께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큰 접시에 손바닥반만하게 나오는
디저트도 먹고.
 
종업원들은 친절했고
요리는 모두 맛있었다.
음식 하나 하나에 정성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비쌌다.
Tax 와 Service료 포함하여 40만원정도의 식사비!
( 그나마 SK 멤버스카드로 10% 할인 받았다.)


 
내가 먹은 맛있는 저녁이 과연 40만원의 값어치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음식 그 자체의 재료비 뿐만 아니라 유명한 
요리사의 능력, 좋은 분위기와 전망, 친절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비스료  등을 모두 포함하면 그 정도의 교환가치가 있을수도 있고...

그런데 나는 아마 W호텔이 아니었더라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가 어디든 나는 이 친구들과 있으면
편하고 기분이 좋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있고 편안하기도 하고,  관계에 대해 끝없이 노력하는 우리들의 태도도 그렇고.

근데 W 호텔은 역시나 익숙치 않았다.
먹는 내내 가격이 신경이 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서 어이쿠, 이 고기 한 점에 얼마군.  어머나 이 생선 한 입이 커피 한잔 값이야~
라고 궁시렁 거리면서 먹은걸 보면
그녀들도 나랑 비슷한 기분이었을수도 있고.  즐거웠으나 조금은  애쓴 기분.




여하튼 밥도 맛있었고 수다도 즐거웠고
잠자리도 편했고,  애들 잠든사이에 혼자 즐긴 반신욕도 행복했다.  
우리는 결국
서울 한복판에서 하룻밤 자면서 우리는 1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썼다.

나는 그러나 W 호텔 구경다녀온 후기를 바로 쓸 수는 없었다.
조금 복잡한 기분이었다.

소비란  일단은 필요에 의한거여야 겠지만 가끔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곧잘 사는걸 보면  나는 알뜰한 사람은 아니다.  아니 뭐 봐서 아는건 아니고 오히려 좀 낭비하는 편에 가깝다. ( 술값, 밥값에 인색하지 않고, 커피 한잔 우습게 사먹으면서 푼돈 아낄 줄 모르는건 오히려 문제라고 해야하나? ^^::)

일단 어떤 것을 살 것인지는 필요에 의한거지만
그 품목 중 어떤 가격대의 물건을 구매할건지는 내가 그래도 된다. 라고 생각하는 가용한도 내에서 여야한다.
대기업 직장인이라면 한 두개쯤은 가지고 있다는  'X 가방' 을 사지 않는건 굳이 다른 선택이 가능한데도
무리한 선택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생각하기에 무리한 선택인게다. 만약 내 가용한도가 늘어난다면야 그것도 내 선택리스트에 들어올수도 있겠지.  내가 생각하는 소비란 그런거다.

솔직히W 호텔에서의 소비는 내 일상의 소비리스트에  들어오지 않는다.
X 가방처럼 좀 애쓴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아마도 호텔을 다녀온 이후 느낀 복잡한 기분의 실체일게다.

그렇다. 사실 나는 지금도 그 돈이 눈물나게 아깝다. 1/N 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돈으로 나는 좀 더 그럴듯한 옷을 한벌 살수도 있었을테고 ( 옷값이 너무 비싸서 힘들다구...)
요즘 눈 독 들이고 있는 pentax ME Super 를 살수도 있을 것이고.
아님 2박 3일쯤  국내여행을 할 수도 있을게다. 하지만 어쩌면 그냥 소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무엇인지의 차이일수도 있다. 단순하게 W 가 낭비고 카메라가 알뜰 소비인게 아니라.

여하튼  뭐 앞으로 다시 W 호텔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내 소비컨셉에 맞는 선택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난 1박 2일은 친구들과의 즐거운 추억이었던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아주 비~싼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