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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홍냥방랑기

[공연] 오아시스 콘서트 공연 후기


                                         떼창이 너무 감동적이었고, 고작 후렴구만 따라할 수 밖에 없었던 내가 안타까웠음. 

2009년 04 월 01 일 (수)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OASIS IN SEOUL


1. 올해는. 가보고 싶은 공연은 상황이 되면 꼭 가보자는 생각이다. 
     차카게 살자 콘서트 /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에 이어 세번째  2009년 세번째 공연. 
     그리고 처음으로 가보는 외국가수의 콘서트.

    외국여행이라고는 몽골만  패키지로 다녀온 나로서는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약간의 신기함, 동경. 그리고 경계심리가 있다.
    게다가 외국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나라 말이 아닌 다른 나라 말로 하는 공연은 갈 생각도 안하고 살았다.
    근데  지난번 Mini 의 추천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스 오리지날 내한공연을 보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
    내 일상에 공연은  비록 내가 하는게 아니라 관람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가, 타인의 열정을 함께 호흡하면서 
    내 일상에 활력을 넣어주는, 이미 매우 소중한 이벤트다.
    (게다가 10만원 안짝의 공연들을   한 두달에 1개씩 볼 수 있는건 아무도 건사하지 않을 수 있는 젊은 시절의 호사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딱히  즐거운 일이 없어서 그런걸 수도 있지만. ㅋ)
    여기에 더해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무대는 그들의 향과 독특한 색채를 갖춰 내겐 낯설음의 즐거움까지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영어를 싫어하는(?) 내가 과감히 오아시스의 공연을 선택했었다.

2. 오아시스를 처음 접한건. 대학교 2학년 겨울이었다.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간혹 CD 를 산다고 해도, 주로  OST 를 즐겨들었고, 그 때는 지금보다 더더더 영어를 싫어했기 떄문에
   팝송은 별로 내 인생과 상관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군대가는 친구가  구워준 CD 에 있는 노래 중에 Don't look back in anger 가 있었다. 
   그 때 그  CD 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노래가 뭐가 들어있었는지도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도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바로  레코드 점에 가서 2 집을 사던 순간은 기억이 난다.
   그 레코드 점의 위치며, 함께 사던 다른 CD 도.

3. 첫 만남은 그러하였고, 그 후엔 그냥. 쭉 그들의 신보가 발매되면 찾아서 들었다. 뭐 이정도다.
   어떻게 보면 꽤 싱거운 인연이고, 그 정도로 공연 까지 가느냐. 하겠지만. 그래도 서울에 온다니까!
   평소 애정에 비해, 조금 더 설레여 하면서 공연을 기다렸다.

4. 콘서트는. 
    평일날 직장인이 피곤하면 안되기 때문에 스탠딩은 포기하고 멀찌감치 뒷자리 B석을 예매했다.
    그러나 음악이 흘러나오자 마자 들썩들썩하는 스탠딩의 人 들을 보니, 약간 후회도 했다. 
    
    사실. 노래 제목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영어로 따라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멘트를 한다고 해서 알아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같이 갈 친구도 없어서 혼자 갔고.
    상황만 보면. 쫌 심심한 공연이 되었겠다 라고 생각들 하겠지만.
     


    노노노노
    난 생각보다 뻔뻔했다.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이 터질듯한 사운드에 몸을 맡기고,
    사람들이 반쯤은 앉아있는 B석에 서서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내내 열광했다.
    누구의 표현처럼  혼자서만 "열광의 도가니?" 였던듯. 
    
    아는 노래가 나오면, 흥얼 흥얼 거리고,
    모르는 노래가 나오면 리암의  건방진 태도를 구경하고, 크리스의 멋진 드럼연주에 감탄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음악 중 좋아했던 건 거의 노엘이 부르는 노래였단 걸 새롭게 알았다. 
    노엘의 그 목소리. 지금도 귓가에 선하다....

    그리고 크리스처럼 멋지게 연주하긴 어렵겠지만. 나도 언젠가.  카피곡이라도 열정적으로
    내가 컨트롤해서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드럼을 계속 배워야겠다는 마음도 먹었다.

   솔직히 너무 즐거웠다.

    관련기사..
    http://www.dailian.co.kr/news/n_view.html?id=152179&kind=menu_code&keys=4

    http://www.mydaily.co.kr/news/read.html?newsid=200904021352111130&ext=na

   5. 2시간 가량의  감정의 흥분 상태를 보내고 체육관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사무실에 쳐박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지냈던 지난 겨울. 

        어느새 겨울은 가고, 봄이 이미 와 있었다는 사실. 꽃구경. 해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잘 즐기고 있는 서른의 홍이다. 
    
    이제 다음달 언니네 이발관 콘서트.
    한달 동안은 언니네 이발관 음악에 빠져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