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건 재밌다.
시시껄렁한 농담도, 진지한 고민도, 별 볼일 없는 감상평들도.
그저 주파수가 맞는 글자들의 나열이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한동안 미니홈피에 끝간데 없이 주절거릴 때
사람들이 그랬다.
"너 글은 이해하기가 어려워.
잘쓰는거 같긴한데...어떤 얘기를 담고 있는지 모르겠어."
안다. 알고 있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리란걸.
이해하지 말라고 그렇게 적었었다.
그럼에도 공개된 곳에다 암호처럼 끄적였던건
내 부끄러움을 직접 입에 담지 못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애타는 신호로 가닿기를 원했기 때문일게다.
이제 스무살의 부끄러움이 더이상 내게 없다.
아쉽게도 나는 더이상 암호같은 글들을 끄적이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내 안에서 충분히 걸러지고, 삭혀지고, 그보단 대부분이 잊혀진다.
어제밤부터 지금 점심 시간까지
어쩌다 우연히...언니네 이발관 홈피에서 일기를 다 읽었다.
꼼꼼히 글자 하나하나를 다 읽은건 아니고.
지금은 서른 아홉인, 어떤 아저씨의 30대를 고스란히 녹인
여백과 여백 사이에 있는 시간을 읽었다.
삶에서 중요한건. 그러한 주파수의 공유라고 주장하면서도..
내 삶은 그보단 상투적이다.
가장 보통의 존재.
그것을 치열하게 인정해야 하는 시간.
그럼에도 의미를 찾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불쌍한. 그런 것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