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심 나는 인정하지 않았던 그렇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자각해버린 자의
조용한 읊조림.
나이를 먹는다는건. 아니면 욕심을 버린다는건. 아니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는 건.
그런 자각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아주 보통의 존재라는 걸.
대학 때. 지금 생각해도. 유치한 치기로만 생각하기엔 깊은 고민들을 하던 그녀들과 나누던 이야기.
지금 죽는다 한들 뭐 아쉬울게 있겠어? 어떤 방식으로 죽으면 편할까?
차라리 죽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인생은 무의미하거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또한 삶에 대한 다른 기대와 욕구의 표현이었단걸 안다.
나는 보통의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유아기의 ' 나는 전지전능해' 의 욕구까지는 아니더라도
결국은 보통의 존재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그런 마음의 한 측면이 아니었을까?
내가 태어난 날과 시간을 입력하면 내가 태어났을 적의 별자리를 읽어서 내 타고난 기질을 해석해주는 점이었다. 별다른 기대를 가지고 갔던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내 기질에 맞는건지도 궁금했고........그리고 재미반. 호기심 반....
인간관계에 참 많이 휘둘려.
혼자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고. 밥도 잘먹고.
아주 예민해.......
아닌데.....
결혼을 하던 안하던....사람들 하고 관계맺는거 좋아하고, 의미를 두고....
이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혼자서도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정말 많이 애쓰고 있는걸.
나는 혼자서도 강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내가 연애를 못하는 아니 안하고 있는 이유도.
내가 나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절대 연애하지 않으리라는
의식적, 무의식적 다짐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과거의 시간들이었지만.
수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내가 그 분(들) 에게 심리적으로 기대면 기댈수록. 오히려 화를 냈던 시간들..
나는 원래 대단히 강하고 또 강한 사람인데. 니가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거잖아. 라고
끝없이 상대에게 불만을 토로하던 시간들.
불현듯.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 라는 생각을 했다.
내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수많은 수백 수천년의 역사속에 살았고 사라져갔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한명이라고.
인정하자고 그렇게 생각을 했다.
나는 그저 보통의 존재에 불과하다고. 그렇게 생각을 했다.
내가 의존적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과 내가 보통의 존재에 불과하다고 인정하는 것 사이에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걵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도.
근데 그냥. 포괄적으로 그동안의 마을을 무겁게 하고 있던 고민들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스물살 때처럼. 아니 더 늦었던 스물 다섯의 어느날처럼
그러니 내 삶을 의미가 없는거라고. 남들처럼 애 낳고. 집사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고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단지 누군가 살았던 삶을 재현하고, 다른 사람과 나의 삶이 바뀐다해도
어차피 다를 바 없는 시간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고.
삶은 새털처럼 가벼운 것이기에 20층 건물 옥상에서 내 몸을 날려도 세상은. 어차피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 생각들은 들지 않는다..
나는 그저 보통의 존재이기에.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면 되는거다. 누가 반응해주지 않더라도.
내 타고난 기질대로. 내 삶에 만족하면서 살면 되는거라고.
특별한 삶을 살고 싶다.(혹은 살아야 한다) 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아무도 내 어깨에 올려놓지 않았던, 그럼에도 늘 나를 무겁게 했던. 의무감과 강박관념.
안녕.
p.s 근데 이런 생각도 든다.
수많은 보통의 존재들에겐 저마다 아마도 사는 이유가 있을꺼라고. 개인적인 목적이나 목표를 말하는게 아니라 달란트. 존재의 목적. 소명의식 같은 것들이. 그걸 찾는게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
타인과 구별되는 나의 특별함이 아니라, 그냥 그 존재로서의 존재이유.. 그런게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