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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5번째 소개팅

오늘은 7월의 마지막 일요일. 그리고 내 인생의 다섯번째 소개팅 날.

남 ' 어디서 볼까요?"
여 '글쎄요. 아무데나..."
남 '그럼 분당이요? (분당은 그남네 동네...ㅡㅡ;;)
여 '하하하하하하....아니...저...'
남 ' 그럼 객관식. 신사역. 소망교회앞. 강남역. 압구정동'
여 ' 아는데는 강남역 앞 밖엔 없네요. 강남역에서 봐요.'
남 '그래요? 음 그럼 안가본데서 만나요. 소망교회앞'
여 '하하하하하 (뭥미...) 네...'

집에서 교통도 애매해서 결국 택시 타고 소망교회앞으로 갔다.
소.망.교.회. 상징적인 그곳엘 결국 가보았다.
빡빡히 가득찬 차들. 허영과 욕망의 덩어리로 보였던 건물. 물론, 편견이겠지만. 뭐.

여튼. 오늘의 코스는. 일식집과 커피빈.  한끼 식사와 커피 한잔.

재밌는 분이었다. 산업디자인. 도자기. 사진. 영화 온갖 전공을 번갈아 하며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고
지금은 아예 생뚱맞은 일을 하고 있고. 70~80년대의 노래. 나훈아, 남진, 산울림을 좋아하고.
가우디에서부터 시뮬레이션(시뮬라시옹)까지 온갖 주제를 넘나드는 말말말. 빠로레 빠로레 빠로레~

지난 주에 했던 소개팅에서는 내가 너무 많은 얘기를 해서 힘들었는데
이번 주 소개팅에서는 상대방이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그냥 차분히 하나 얘기하면 천천히 하면 좋겠는데 그 분은 쭈우우우욱 얘기를 늘어놓으시고.
지난 중에 나의 4번째 소개팅 남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알겠다.....

지난 주도 그렇고 이번 주도 그렇고, 소개팅했던 분들이 이상한 분들이란건 아니다.
다들 성격도 좋으시고, 매너도 좋으시고, 열심히 사는 분들이고.
좀 천천히 어떤 모임에서 알아갔더라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분들이다.

근데 뭐라고 해야할까? Feel 이라고 해야 하나?  그 보단 미묘한 timing 의 어긋남이랄까?
그러니까 헤어지고 나면 마음이 허전한, 그런느낌이었다.

늘 보는 사람들 사이에 솔로도 있고, 괜찮은 분들도 있는데.
(근데 그렇다고 주위에 있는 분들 중에. 설레이는 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설레임으로 전환될 기회가 없다고 해야하나? 아니면.....내가 매력이 없는 건가? ㅋ 모르겠다. 애니웨이.)
왜 굳이. 모르는 사람과 혹시 맞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를 탐색해봐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몇번 만나면 사랑에 빠질 수 있는건가?  나에겐 이제 스멀스멀 스며드는 내가 좋아하는 그런 관계는
어려운건가?  과연 이렇게 해서 누군가와 깊은 관계에 다다를 수 있는가?  등등등.

여하튼. 어디로 흘러가는 지 알 수없는 서른 살 홍냥의 일상.
7월이 이렇게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7월의 마지막 주.
날선 자아를 노려보는 한주를 보낼것!


아 . 덕분에 오랫만에 영화 한편 봤다.
2시에 만나 5시에 헤어졌는데, 주말에 오랫만에 이쁘게 하고 나왔는데 어쩐지 그냥 집에 가기 싫어서
동네 극장에 들러 '거북이 달린다' 를 봤다.  혼자 팝콘에 사이다 들고 깔깔거리면서 보고 왔다.
(이게 더 청승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