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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걷기

그러니까 시작은 5월 중순에 아파트를 걷기부터
제주도 를 걷고 지리산 을 걷고 울릉도 를 걸었다.
그 사이사이 암사역에서 천호역을 걸었고,
암사역에서 집까지 걸었고, 집에서 한강까지 걸었고,
올림픽공원에서 집까지 걸었고, 건대에서 아차산 역까지 걸었고
그리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더 많이 걷고 있다.

잠실에서 삼성까지.
집에서 암사 천호를 거쳐 한강까지
을지로입구에서 마장역까지...

걷기에 대한 동경.
그러니까 우연히 발견한 서울걷기여행 책에서 부터 시작된 바램.
그리고 김남희씨 책과 산티아고에 대한 기대에 덧붙여 더해진 기대.
하지만 10분만 걸어도 헥헥거리는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지난달에 울릉도 다녀오면서, 걷기에 많이 익숙해졌다는 걸 느꼈다.
5월 제주올레때보다 훨씬 더....역시 사람은 가벼워야 중력에 저항할 힘을 얻게 되는건가보다. ㅋ

익숙한 길을 걷는 건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기에 골라걷는 재미가 있고
닟선길을 걸을 땐, 언제 길을 잃을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걷는 즐거움이 있다.

기분이 우울하고, 슬플 때 익숙한 길에서는 위로를 받고
낯선 길에서는 원초적 두려움으로 지금의 슬픔이 보잘것 없이 느껴진다. 

혼자 걸을 땐, 음악에 집중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친구와 함께 걸을 땐, 화려한 조명 사이로, 혹은 시끄러운 차소리 사이로
친구의 표정과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게 즐겁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조용한 골목길을 걸을 땐
그 사람의 숨소리를 느끼고, 더불어 떨리는 내 심장의 두근거림이 들킬까봐
조바심내는 설레임이 행복하다.

몇해전 은하와 낯선 길을 찾아 무작정 잡아탄 버스가 데려다준 |
은평구 소동 이후로
드디어 난 걷기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