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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오랫만의 블로깅.

블로거. 라고 하기엔 신변잡기적인 글들과 개인적 일상의 기록이 전부인 홍냥이지만.
그래도 '기록'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에...계속적으로 이 공간을 꾸미는 중.
그럼에도. 요즘은 정말 소홀했다. 간단한 정리와 몇가지 단상들.

11월의 시간들..
석원의 책이 나왔고. 나는 그의 책에 힘을 입어 관망하되 낙담하지 않기. 진심으로 울어보기. 등을 결심한다.
나는 그 어느때보다 용감했고, 조금은 비겁한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시간에게 기회주기. 정도로 정리했다.
겨울을 맞이하여 약간의 쇼핑을 하고, 화장품을 좀 사보기도 하고.
오랫만에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해서 약속을 잡아보기도 했다.
극장에서 시간여행자의 아내/웰컴/바스타즈 세편의 영화도 보고
삶과 시간이 녹아있는  배병우 사진전을 봤으며
인디계의 아이돌, 장기하 콘서트도 다녀왔다. 몇년전 스윗소로우의 공연처럼, 젊음과 치기와 열정이 느껴지는
그런 무대였다. 그러나 이미, 창조적 삶은 마음 깊숙히 접어넣은터러 조금의 질투나 부러움없이 그저 잘 즐겼다.
아, 그리고 미루고 미루던 드럼 학원 수강도 다시 시작하고
재웅오빠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엘 갔다가 몇년 동안 계획만 무성했던 안동 여행을 드디어 실현에 옮겼다.

그리고 한달이 더 지난 지금
영어권국가로의 여름 휴가를 위해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진지하게 진로와 커리어패스에 대해 편두통이 다시 생길만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송년회를 겸한 약속들을 앞에 두고 있으며,
남은 주말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생각보다 나는 멀티형 인간이 아니고,
기대했던거 보다 내 자아의 뿌리는 아직 연약한 상태이고.
끊임없는 고민과 연습과 되새김질을 통해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짓을 안하고 그냥 사는 인간이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다.
행복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마음이 편하길 바랄 뿐이다.

다만, 관계 속에서 파생된 고민들은 나만의 변화나 반성만으론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기에
숨을 고르고, 마음을 추스리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가.
무엇이 나의 진심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가끔 인생이 어려워지는 건 무엇인가를 향한 지나친 태도때문이다.
지나친 기대. 지나친 생각. 지나친 관심(혹은 무관심), 지나친 ...그리고 넘치는 그 무엇.

말이란, 그 자체로 허공에 사라져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말 그자체로는 어떤 힘도 가질 수 없다.
설령 내가 원하는 단어들로, 내가 원하는 말들이 내 눈앞에 둥둥 떠다닌다해도
그것이 마음의 무게를 담고 있지 못하면, 그건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건 그저 코를 골 때 나는 소리인 '드르렁', 바람이 스칠 때 귓가를 스치는 소리를 표현하는
'스윽' 이란 단어 등과 다를바 없는. 그저 의성어에 불과한 어떤 소리들일 뿐이다.

때문에, 어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집중하여, 일희일비할 것 없다.
그저 내가 느껴지는 대로만 느끼면 된다. '사랑해'라고 말을 하든 '마쉬멜로우해'라고 말을 하든
그 감정은 그 단어 그 자체의 힘이 아닌, 말하는 사람의 애절한 눈빛과 떨리는 심장, 
고르지 못한 숨결에서 이미 전달된다. 설령 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입밖으로 내뱉고 나서
그 말들에 마음의 무게를 매달지 못하고 허공에 떠도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민망해하는 상황의 연속.
내 마음의 무게를 말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의 어설픔은 어쩔 수 없는 나의 한조각이다.
조금은. 더 내 안에 담아두어야 할 그 마음들....말로 가볍게 만들지 말자.   

사람 사이의 관계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나와 너를 떠나 제 3의 존재로서 '관계' 라는 게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이 관계를 세상에 만들어 낸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말이다.
때문에 그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쉽게 낙담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조금 좋다고 해서 설레발칠 것도 없다. 
단지, 할 수 있는 건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지켜보는 것 뿐.

아 마지막으로 내가 조심해야 하는 것..
자꾸 까먹는데 모두에겐 각자의 삶이 있다. 는 사실. 아직도 덜 자란 내 안의 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받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  알고 있는 사실. 그러나 인정하기 쉽지 않은 사실.
의외로 모두는 모두에게 무관심하며, 약간의 관심은 그저 자기애의 다른 표현일뿐.
가장 보통의 존재인 나는. 가장 보통의 존재와 만나 사랑을 할 것이고.
서로에게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조금 더 내 삶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