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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수줍은 부탁.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내가 좋다는 당신의 수줍은 고백은.
항상. 미안해하며 있을 자리를 찾아 방황하던 내게.
너무나 고마운 말이에요.

아무도 나에게 그런 적 없는데.
나는 늘 잉여인간 같았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사는척 했는지 몰라요.
피곤하게시리.
근데. 그렇게라도 포장하지 않으면.
길거리의 쓰레기를 집게로 집어 쓰레기통에 쳐넣듯.
누군가 나를 그렇게 집어내어
세상밖으로 던져버릴거 같았거든요.
그래서 나는.
사는게 늘 피곤했어요.

오늘 당신의 그 상기된 빨간 볼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따뜻한 눈이.
지친 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혹시. 당신은 알고 있나요?

 바보 같은 나는. 그만큼 또 불안해요.
여전히 나는 두려워요.
나를 보호하기 위한 냉소를
쉽게 버릴 수 없어요.

당신의 그런 말들은
시간 속에서 풍화되고
먼지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거라는
그런 생각.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그 자신만만한 약속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고마는.

당신 탓이 아니에요.
세상에 아쉬운게 하나 둘 늘어갈수록
나는 지는거라고.
그렇게 밖에 세상을 볼 줄 모르던
어린 내가 아직도 내 마음엔
남아있거든요.

하지만 말이예요.
나는 당신의 그 말을 믿고 싶어요.
그리고. 그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나도. 노력이란 걸 해보고 싶어요.

끝을 향해 질주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다음을 이야기해도 되는 그런 관계를.
나도. 이제는 가지고 싶어요.

내가 나라고 증명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옆에 있어달라고 말하는 당신.
내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바보같이 웃고 있는 당신.

나. 조금 용기를 내볼께요.
당신.
곁에 있어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