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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6월이 시작되기 전.



# 상반기 마지막 달이 꼴랑 한달 남았다. 시간이 정말 빛의 속도로 간다. 눈을 뜨면 40이 되어 있을 것만 같다. 나의 마흔 예찬론이 슬슬 무서워 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 뭐라고 해도. 올해 가장 큰 일은. 이별과. 또 그 다음의 연애다.
새해를 헤어짐으로 시작하고, 정신을 못차리고. 올해 이렇게 날려버리나보다 했는데.
근데 운 좋게도.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강남역에서. 처음 볼 때 이렇게 가까워질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사람 인연. 생각보다 재밌다.
역시 함부로 결론 내리지 말지어다.

# 예전에. 그러니까 아주 아주 예전에.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헤어지면서
나는 연애에 적합한 인간형이 아닌가보다고 생각을 했었다. 나는 그런게 너무 어려웠다. 특히 뭔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앗 내 잘못이 아닌가. 하고 지레 겁부터 먹고. 의기소침해지는 성격탓에. 그러면서 동시에 조금도 그렇게 보이지 않고 싶어하는 웃기지도 않은 성격 덕분에 가장 쉬운 건 연애를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훗. 그렇지만.또 좋은 사람 만나니. 두려움을 무릎쓰고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다.

# 그러니까. 오늘 작은 반성.
친구들에게는 대체로 쿨~한 편이다. 약속을 취소해도 뭐. 사정이 있겠거니 라고 생각하며 '응. 그래' 정도로 대충 넘어가고, 약속에 좀 늦어도. 특별히 만나서 그 다음에 영화를 본다던가 하는 시간 약속이 되어 있는게 아니면, 좀 늦게 나와도 별로 신경 안쓴다. 음악을 듣고 있거나, 책을 보고 있으면 되니 말이다. 그리고 좀 웃긴건데. 사람을 기다리면서 책을 읽을 때 가장 집중이 잘 된다.
그리고. 대체로. 원하는 걸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라고.

근데. 연애를 하다보니 그런게 잘 안된다. 일단 무엇보다. 쿨. 한 거 따위. 좋아하지도 않지만 되지도 않는다. 뭔가 행동을 하나 하나 할 때마다. 좀 신경이 쓰이고. 이런 행동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게 되고. 혹시 나의 사소한 행동 하나로, 이 사람이 나에 대해 오해하게 되는 건 아닌가. 라고 조바심을 내게 되고. 좀 더 잘 보이고 싶고, 그러면서 이런 마음은 들키고 싶지 않고. 도도하고싶은 마음도 있고.

ㅡ그러나 잘 안된다. 그래서 좀 짜증나는 면도 있고. 웃기는 면도 있고.
여하튼 나의 새로운 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역시 연애는 케이스바이 케이스이고. 다 풀고 덮으면 되는 그런 수학문제 같은게 아니라. 잘 자라도록 물도 주고, 햇빛도 쬐어주어야 하는, 나무를 기르는 것과 같은 거 같다.

- 그러니까 오늘의 반성은 뭐냐면. 연애하면서 알게 된 내 성격인데. 뭐 친구들하고 있을 땐 없는 성격이니까. 나의 연애 상대방들만 알 수있는 내 성격일게다. 예를 들어. 오늘 나의 남친은 회사로 나를 데릴러 와서 같이 우리 동네에 가서 맥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근데. 어찌어찌하여 시간이 늦어져서 동네에 도착하니 10시.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맥주를 마시지 않고. 그냥 헤어지기로 했다. 나도 피곤하고. 남친도 피곤하고. 사실 누가봐도  둘다 얼른 집에 가서 쉬는게 더 나은 상황. 근데. 남자친구가 너무늦은거 같다고 집에 가고 맥주는 담에 마시자고 하는 순간. 나는 괜시리 서운한거다. 나도 피곤하면서. 남친이 먼저 그런 제안을 했다는데 울컥. 괜히. 삐짐.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너무 웃겼다. 맥주가 마시고 싶으면. 좀 피곤하지만 간단하게 한잔 하고 가자고 하거나.  아니면 좋은 마음으로 그냥 헤어지면 될텐데. 나도 그냥 피곤하니 집에 가자고 말할까 했으나  그렇게 말하면 그가 서운해할까봐 좀 피곤해도 참자.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그가 그렇게 말하니까  서운하다고 느끼는 것도 웃기고, 맥주 마시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될텐데 또 거기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고 삐죽거리는 내가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혼자 실실 웃다가. 결국 맥주는 담에 마시기로 하고. 동네에서 남친을 잘 집에 보냈다.

다음부턴. 다른 친구들에게 그런 것처럼. 쿨. 하게 행동하기로 혼자 생각하고 말이다. ㅋ

찡찡거리지 않고 곱게 집에 보낸게 이상했던지 남친은 바로 전화와서 내 기색을 살핀다. ㅋ
좀 재밌으면서도. 내가 눈치를 보게 했나 싶어 또 나 피곤한 여자친구인가 하고 스스로를 검열한다.
물론, 아예 남친이 아무런 눈치도 안보면 서운할거면서. 하루종일 혼자 100만개씩 서운한 중이다.

언제나 피곤하게 굴지 않고. 소~쿨하면서, 만나면 편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너무 편하게만 해주면 날 너무 후순위로 두게 되는건 아닐까 조금 불안한 생각에
일부러 빡빡하게 굴기도 하면서 연애중이다.
다른 관계라면 대충 넘어갔을 말들도 마음에 남아 몇번씩 곱씩어 생각하면서 반성하기도 하고.
힘이 되는 말들을 생각하며 기뻐하기도 하고. 혼자 배시시 웃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러면서 연애를 하는 건지. 나만 이렇게 수백개의 생각을 하면서 사는 건진 모르겠다.

참을성 없고, 실패할 것 같으면 지레 포기해버리고. 대충. 내가 가져도 무방한 것들만 손에 쥐고.
좀 무리다 싶으면 한 발 뒤로 물러서고. 관망하는 자세로.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을 숨죽여 기다리는게
사는 방법인 홍냥에겐. 연애가 그렇게 녹록한 과제는 아닌거 같다.
특히나. 힘껏. 애써. 욕심을 내보았으나.  어찌할 수 없으니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홱 돌아서버린
어떤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용기를 내보기란 더더욱 어려운일이다.

근데 또 재밌는건. 그렇다고. 아주 어렸을 때처럼 쉽게. 피곤하니 그만둬. 라든가.
아. 이건 내 적성이 아니니 그냥 혼자 살지 뭐. 그런 식으로 생각이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첫 눈에 뿅! 간 건 아니지만. 처음 만난 날 맥주한잔 하면서. 그 다음 만났을 때 소주 한잔 하면서
쉽게 스쳐지날 것 같진 않구나. 라고 어렴풋이 느꼈던 마음이 내 심장을 점점 뛰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고.
만으로도 서른이 되어서 좋은 건. (남들은 이미 더 어렸을 때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정성을 들이고, 관심을 쏟는다는게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  시간의 소중함.
그래서... 문이 쾅! 하고 닫힐 것만 같은 순간에. 어두운  방안에 다시금 나를 가두려던 나에게
안그래도 된다며 손을 잡아준 그 인연이. 참 소중하고 어여뻐서. 어렵지만. 자꾸 마음이 커진다.
풍선처럼.

뭐 말이 길어졌는데. 결론은 이런거다.
아무도 나를 버린 적 없지만. 내가 내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는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
이걸 극복하는 건 내 문제다. 전적으로 온전히 말이다.

사소한 순간들에 내 트라우마를 들이대며 꼬인 채로 생각하지 말자는 거다.
내가 그런 면에서 꼬였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해본다.
아니다! 오해다!. 라고 설명하려 들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믿어보자.
조급해하지 말고 말이다.
내가 순간 순간 화를 내는건. 내 조급함 때문.
'나를 오해하지 말라구. 난 아니라니까.' 이라고 설명하고 싶은 걸보니
훗. 아직은 철부지인거 맞는가보다. 

연애질말고도 만으로 서른살의 홍냥은. 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걸 자꾸 까먹고 있다.
일상을 조바심과 걱정으로 채우는 그런 어리석은 시간이 싫어서 혼자 지냈던 거고
그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관계를 시작한거 아닌가.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줄 모른다고 ㅋ 이건 좀 아니잖아. ㅋㅋ
자꾸. 퇴행하지 말지어다. 비록. 지금 세상의 시계가 뒤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뭐. 지금이런 저런 생각들 하는 와중에 홍냥은 차마 말로 풀어내지 못할
몇 개의 생각들을 동시에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차도 기우란걸. 이제는 좀 알자.

#  4대강. 딴 건 모르겠고. 이게 가장 슬프고 마음이 아프고. 신경이 쓰인다.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읽고 있다.  유시민의 사상이나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만큼의 합리성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는 그 시대에도 이미 '난'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20대를 편한 시기에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이렇게 대놓고 미쳐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눈 앞에서 보는 것도 괴롭다.
어쩌면 용산참사는 이 비극의 전주곡. 이었을지도 모른다.
부끄러움을 모르는이들에겐 백약이 무효다.

뜬금없지만 윤동주가 어떤 마음으로 '서시'를 썼을지도
이해가 되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죽는 날까지 부끄럽지 않고자 하는 생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울 수 밖에 없었을 게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아름다움. 그러니까 단순한 외형적 美 가 아니라. 정직,자유. 양심 등을 향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간 것.세상에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 연민을 가지겠다는 그의 다짐. 
또 뜬금없지만. 그저 민초에 불과했던 광주시민들이 어떤 마음으로 무기를 들고 도청을 지켰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애정. 삶에 대한 작은 의지.

측은지심. 그에게 이 단어를 알려주고 싶다.....만. 그는 그딴거 모르겠지?

다른건 다 모르겠고. 돌이킬 수 없는 삽질의 시작이 너무 무섭고 속상하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게 삽질인거 같다.

#   오랫만에 뻘소리 잔뜩..
상반기 계획 점검 해보고 하반기를 맞이하자는 건데

영어 공부- 실패 직전
드럼학원- 휴업상태
운동- 절대 안하는 중
일만 근근히. 겨우 하는 중.

아마도 이건 80% 연애탓(혹은 덕분?)
근데 관계를 시작했으면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건 당연한거 아니야?
계획에 없던 건데 말이지. 그러다보면...할려고 하던거 좀 못할 수도 있고 말이야. ㅋ
근데. 너무 이게 길어지면. 근근히 이어가는 일상이 붕괴할 수도 있음 ㅋ
그래도...난 한달은 더 정줄 놓고 놀고 싶은데. ㅋ
안되겠지......ㅋㅋㅋㅋ
반성하면서 6월 맞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