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의 대낮 데이트. ㅋㅋ
누군가와의 기억이 다른 사람과의 추억으로 덧칠되어. 또 그렇게 옅어져 간다.
생각해보면 좋아함의 기억은 나에게 노래나 가수를 남겼었다.
팝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오아시스 콘서트를 가도록 만들었던 아이.
김광석의 목소리를 귀에 가득 꽂고 하염없이 종로 거리를 헤메게 만들었던 친구.
피터팬 컴플렉스와 임현정의 CD 를 남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어떤 사람.
김연우와 박효신을 알게 해주고 조금씩 일상에서 멀어졌던 또 다른 녀석.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그 사람과 함께 듣던 음악을 혼자 들으며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대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그 노래들만 내게 남아 <페이버릿 송> 의 목록을 가득 채우고 있다.
더이상의 아픔도 슬픔도 없이 그저 내 시간들의 한 조각이 되어 사라져버린 그들.
'나는 어떻게 너를 잊어야 하는건지 모르겠어. 연애가 처음도 아니면서 영영 너를 지우지 못할 것 같아.
못본다고 생각하면 이렇게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데 괜찮아 지는 순간이 올까?'
'그래도 억지로 잊어. 못 잊어서 죽는 법은 없어...'
훗. 나도 모르던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렇게 말해버리는 녀석이 참 야속했는데 시간은 잘도 흘러
나를 또 다른 곳에 데려다 놓았고.나는 그들과의 시간 속에 참 귀하고 아름다운 노래들을 인생에 남겼다.
그러니까 오늘 기정이가 나와 함께 갔던 파스타 집과. 계획 했던 산책로는
기정이가 누군가와 가봤던. 그래서 알고 있는. 기억 속에 좋았던. 그러니깐 나랑도 가보고 싶은 그런
곳 들 이었다. 하루종일 종알거리며 붙어다니서 내내 기정이를 놀렸지만. 그렇게 또 하나의 기억이 늘어가는게 좋았던 거 같다.
그 끝이 해피엔딩일지, 새드 엔딩일지 알 수는 없지만.
한결같이. '나는 언제나 니 옆에 있어' 라고 말해주는 관계라는게 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온전히 상대를 믿는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