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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홍냥방랑기

[여행기]홀로 떠나는 여행-Raos(3) - 9/19(1)


2011년  9월 19일 (월)  
탁발 구경하기
 빡우동굴투어
푸쉬산 Sunset
 야시장 구경
 채식부페 식사


눈을 뜨니 새벽 5시반. 아침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흰 색의 사각거리는 이불.

내가묶은 호텔은 메콩강 바로 앞에  자리 잡은 곳이다. 
창문을 여니 메콩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아마 비가 많이 오면 호텔까지 넘치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기분이 이상하다. 일행이 없는 여행은 일정에 대한 1%의 의무감도 없다. 
하루종일 호텔방에서 뒹굴거린다고 해도 이상할거 없는 여행.  근데 뭔가 심심하다.

 


대학 때 친구랑 이런 얘길 한적이 있다.
"나는 심심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가.나는 뭔가 늘 마음이 바쁘고, 
누가 시킨거든 내가 생각하거든 뭔가 해야할 일들이 있었거든. 도대체 심심한 건 뭐야?'
근데. 심심하다. 라는 거 말고 딱히 지금의 기분을 표현할 수 없다.

 옷을 챙겨 입고 나가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다.

 



탁발행렬이 한참이다. 불교국가인 라오스는 남자들이 살면서 길고 짧은 기간동안 승려로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승려들은 아침 일찍 탁발을 통해 식사를 준비하고, 사람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승려들에게 정성을 다해 보시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일상속에 종교가 흐르고 있다.

근데 보시를 하는 사람들이 관광객이거나 나이든 할머니들이다.대부분.
그들의 아름다운 전통이 사라져가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게 단정짓기엔 워낙 아는게 없어서 뭐라고 더 말하긴 어렵다.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기 참 어렵다.  승려들도 그렇고 아침시장의 사람들도 찍고 싶었는데 그들이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건 어쩐지 좀 재수없는 짓같아서 머뭇머뭇거리게 되더라.

탁발행렬을 잠시 보고 동네 산책을 나섰다.
내 숙소가 어느메쯤 자리잡았는지 가늠하고, 일찍 문을 연 환전소에서 환전도 하고
아침시장도 구경하고 문을 연 여행사를 찾아들어가 투어 상품도 좀 알아보고....
숙소 근처의 사원도 하나 들어가서 보고...

루앙프라방은 라오스 옛 왕조의 수도엿던 곳으로 옛 분위기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현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한다. 곳곳에 사원들이 많이 남아있다.
뭐 다른 도시를 가본적이 없어서 다른 곳과 이곳을 어떻게 비교해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짧은 산책에서 나는 이 도시가 맘에 들기 시작했다.

어느 사원

스님들의 빨래

 

어느 사원....화려하다.


길거리 스냅샷

1. 관광객에 경고-벗지말것2. 환전소가 곳곳에 있음3. 사원에 바칠 꽃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산책길에 봐둔 여행사로 갔다.
빡우동굴투어 90,000낍. 비싼지 싼건지 모르겠다만...우리나라에 비해 워낙 물가가 싸다보니 가격차이 나봐야 1,000원~2,000원 차이라 그냥 거기서 투어를 하기로 했다.
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고 났더니 잠깐만 기다리란다. 잠시 후 툭툭이 나를 데리러 왔다.
오호. 처음 타보는 툭툭. 이것이 바로 툭툭이구나. 라며 신기해하는 것도 잠시 선착장에 나를 내려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려구 기다리구 있었다. 오오 외국인들이 잔뜩 있다.
드디어 나의 공식적인(?) 첫 일정이구나...라며 괜히 감격같은 걸 하려고 하는 순간..
뜨악....선착장에 붙은 배삯....65,000 낍...에잇. 꼴랑 델다주고 25,000낍을 챙긴거야? 라는 생각이...
근데 뭐 정보의비대칭성으로 인한 비용정도로 마음을 정리했다. ㅎㅎ



투어는 딱히 가이드가 있는 건 아니다.
20분정도 배를 타고 가서 일명 '위스키 마을'이라는 곳에 잠시 들른다. 
직접 짠 직물제품과 곤충이나 뱀을 넣어 담근 술을 파는 곳이다.
그리고 약 한시간정도 더 배를 타고 가면 동굴이 나온다. 동굴입장료는 20,000낍.
동굴은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동굴안에는 빽빽하게 크고 작은 불상들도 채워져있다.
사람들이 복을 기원 하며 하나씩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한다. 
2층은 어두워서 손전등이 필요한데. 가이드 북에는 공짜로 빌려준다고 했는데 내가 갔을 땐 5.000낍을 받았다. 2층 동굴이 정말 어두워서 필요하긴 한데. 동굴 자체는 넘 작아서 그다지 볼건 없다.

그럼 잠시 사진 감상^^





메콩강이다. 인도차이나의 생명줄과 같은 강.
강이 참 기름지다. 비가 많이 와서 평소보다 더 흙탕물처럼 보이긴 하지만 더럽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라오스는 산세가 너무 아름답다. 비슷비슷한 듯 보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모습.





위스키 마을은 지루하고 가난한 일상의 흔적들이 가능한 마을이다. 
도시에서 자고 나란 내 눈에 그렇게 보였단 말이다.
물론 그들은 삶에 만족하고 행복할지도 모른다. 아닐지도 모르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영악함이 덜하고 시골스러운 면이 많다고 해도
나는 어디까지나 도시사람이다. 그리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의 장점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그들의 삶이 불편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예전에 서양사람들이 우리나라 시골을 봤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들의 위생권력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이 한심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삶의 방식에 옳고 그름보단 다름의 기준으로 보는게 맞을거다.  
내가 와~너네 불편하겠다. 이건 이랬으면 좋겠고, 저건 저랬으면 좋겠고 라고 마구
이야기를 하는 건..아마도 기독교인들이 도움을 주겠다며 선교하러 들어가는 태도랑 다를바 없을 거다.
아마도 그들은 나와 다른 삶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을꺼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게 좋은건지
정말로 행복한지 삼십 대를 시작한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죽을 때가지 모르겠다.
그저 함부로 타인의 삶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면서 상처주는 일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수 밖에..

그리고 한시간쯤 더 달려 드디어 빡우동굴 도착.
배 운전하는 분이 40분쯤 후에 배가 다시 출발할테니 구경하고 오라신다.
정말 여행사 통할 필요 없는 거 같다.



배를 타고 오가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쯤.
날씨는 내 편이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하지만 어쩐지 음악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자꾸 두리번 두리번 거리게 된다.
같은 배에 탄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7명.  2명씩 왔다. 남녀 커플2 와 여여커플 1..그리고 나... 
다 . 다른 나라 사람들이다. 좀 웃긴 얘기지만. 배낭여행을 가면 모르는 사람들끼리 막 금방금방
친구가 되고 얘기도 엄청 많이하고 그러는 줄 알았다. ㅋ 많은 여행기들에서 그러길래...
근데 입에 거미줄치고 있다.  하긴 뭐 딱히 누가 말을 걸어도 문제다. 단어로 밖에 소통이 안되는 나와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큭큭. 

사실 뭔가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회사 일에 너무 정신없이 끌려다니는 것 같아
혼자 지낼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근데 막상 혼자 있게 되니 왜 그렇게 아무 생각도 안나는 걸까....
아무래도 뭔갈 채우기 보단 비우는 시간이 되려나 보다. 훗

 여행다니면서 인증샷 하나 못남기긴 뭔가 아쉬웠지만 
"Take a picture, please"  이 말 한마디가 어쩜 그렇게 하기 힘들던지. 그래도 뭐 하긴 했다.
 
투어를 마치고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도착하자 마자  당황스러웠다.
여행사에서 나를 픽업하러 다시 오는지 안오는지 안물어봤다는게 생각나서. ;;;;
걸어가기엔 좀 먼 거리이고 그렇다고 어쩐지 툭툭 아저씨들이랑 가격을 협상하는 건 뭔가 무섭고.ㅋ
결국 우유부단함을 증명하듯 선착장에 멍하니 30분 동안 서 있었다는...
하지만 이미 시간은 1시를 넘어가고,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걍 툭툭 타고 돌아왔다. ㅋ

그리고 더위에 지친 나를 위로해준 건 역시...라오비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