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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잡다감상문

[독서] 뭐라도 되겠지

 

 

무슨 마음에서 인지 안읽은 책을 30여권 책상 밑에 쌓아두고  추석 맞이 기념 10권 정도의 책을 샀다.

순전히 소설가 김중혁 때문이었다.

마음은 급한 일상 속에서 미뤄놓은 일들은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고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공개방송' 을 듣고 있었다.

김중혁이란 소설가가 나왔다. 생소한 이 작가는소설가 김연수의 친구이고, 함께 책을 한권 썼다는 것 밖에 몰랐다.

 

대충 대충 말하는 듯한 화법을 가진 이 사람의 방송을 듣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들어갔다.

미안한 말이지만. 김연수의 소설 3권과 이 작가의 '뭐라도 되겠지' 를 클릭했다.

아!  대책없이 해피엔딩도

 

어쩐지 그가 만든 소설 속의 세상은 궁금하지 않았다.

그가 쓴 에세이를 읽고 싶었다. 들고 있으면 언젠가는 나에게 위로가 되 줄 것만 같은 이런 제목의 책

뭐라도 되겠지.

 

그리고 배송 받자 마자 이 책부터 집어 들었다.

킥킥. 그러니까 이 사람은 내가 살고 싶은 무게로 살고 있었다.

사방을 벽으로 꼭꼭 막아놓고  아~~답답해...라며 투덜대는 시간을 무려 삽십삼년.  아니 내가 생의 허무함을 처음 느꼈던 열여섯 이후로

17년을 소비하는 동안,  그는 차곡 차곡 살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별다른 인생을 가진 건 아니다. 다만, 두리번 거리다  두 주먹 불끈 쥔 요즘의 나에게 그렇게 결연하지 않아도 된다고

인생 충분히 즐겁다고. 별거 있냐고 지금을 즐겁게 살아보자고 이야기 한다.

 

록음악을 들으며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다가 사진을 찍고.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사이 사이 멍때리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면서 이런 재미난 행사도 만든다.

산울림 낭독 페스티벌.

[보통의 존재] 북콘서트 이후, 종종 소리내어 책을 읽어보곤 하는  데  눈으로 읽을 때와 느낌이 사뭇다르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감동이 배가 된다. 

http://vmspace.tistory.com/216

 

마흔살이 되었을 때. 주위에 아직 적당한 가벼움과 속도를 유지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소소하게 낭독회를 해보면 좋겠다는 뜬금 없는 생각.

 

하하. 그렇다. 나는 지금 책을 딱 이정도 읽었다.

근데 뭐 꼭 다 읽고 책에 대한 감상을 남겨야 하나. 

이만큼에서 맘에 들면 다음도 맘에 들겠지.

 

아마도 나는 이 사람의 소설은 쭉. 읽지 않을 것 같다.  그냥 딱 이만큼의 무게로 위로받고 싶다.

나보다 십년쯤 더 산 선배의 삶의 흔적들을 보고 또 위로 받고, 배우고. 안심하고 . 살아가기 위해.

하지만 팟캐스트와 에세이 집은  나의 목록에 올려놓게 될 듯 하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