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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잡다감상문

[독서]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 - 10점
서명숙 지음/북하우스

버스를 타고 오며 책을 다 읽고 조바심이 나서 
집에 오기 세정거장쯤 전에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왔다.
어떤 조바심인가 하니. 걸으려면 체력을 쌓아야 한다는 조바심.

움직이기를 지독하게 싫어하고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외엔 하는게 없으면서
길을 걷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묘한 동경과 부러움이 있다.
'걷기' 에 대해 처음 인식(?) 을 한건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를 만나면서였다.
한참 방황하던 대학교 3년때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읽으면서 정서적으로 도움을 받았지만
내가 직접 걷자. 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갈 수 있는 환경( 그당시에는 시간과 돈이 그 환경이라고 생각했었다.)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했을 뿐.

그 이후로 종종 혼자 여행을 떠나 걸어보기도 했지만
그건 일상이 되지 못하고 가끔의 일탈에 불과했다.
하지만 걷기 여행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었나보다.
서점에 들러 걷기 여행에 대한 책을 보면 한권, 두권 사서 읽곤했다.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걷기여행>
<소심하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1 - 국토대장정>
<소심하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유럽의 걷고 싶은 길>

참 이상한게. 걷기여행에 대한 환상이 커질수록 일상의
나의 사무실에, 침대에, 커피숍에 술집에 퍼질러 앉아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나의 뱃살은 점점 나오고, 나는 그저 일상이 되지 못한 환상에 대한 자조적 체념을 키워갔었다.

그러다 우연히 제주올레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제주올레는 내 환상의 일부가 되었고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이 책은 환상을 일상으로 만들어볼까 하는 작은 꿈을 꾸게 해주었다.

대게 직장인의 일상은 그렇다. 회사와 집을 오고가고 틈나는 시간엔 회사에서
요구하는 이런저런 공부를 하고 틈틈히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술자리들로 시간을 보낸다.


간혹 시간이 나서 여행을 하게 되면 과대한 욕심에 좀더 많은 지역
좀더 많은 것을 짧은 시간에 소화해 내려는 욕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어떻게 보면 단지 제주올레에 대한 소개나 뭐 그런게 아니라
여행이란, 쉼이란 어떤것이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다.

 어느정도 시간이 확보되어야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메말라 가고 있는 나에게...
일상의 틈새를 이용해 떠나라고. 떠날 수 있다고 속삭여주는 책이다.

우연하고 작은 기회이지만 어쩌면 내 게으름과 작별할 수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되어줄 책인듯하다. > < <

http://neopaper.tistory.com2008-09-29T14:51:00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