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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잡다감상문

[영화] Jimff - 드럼비트


필리핀 영화.
이 영화를 선택했던 이유는...역시 단 하나.
그 시간대의 영화가 모두 매진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던 것 도 아니어서 별다른 기대나 혹은 실망감없이 극장엘 들어갔다.

1. 흔들린다.
2. 흑백영화다.
3. 시간의 흐름을 깡그리 무시한다.

감독은 장면 장면들을 나열한다. 이미 상징성 가득한 '안테나'를 본 이후인지라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익숙한 얼굴이 아니면 다들 비슷비슷하게 인식하고 마는 나의 망할 인지능력 덕분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것도 어쩌면 병일까?  나의 머릿 속은 섬세하지 못하다.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면 대충 인지하여 분류화하고, 개체들은 내 자의적은 분류 어딘가에 집어넣고 안심하는 버릇. 결국 내 머릿속에 개체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진다. 무수한 반복학습을 거치지 않는 한 말이다.ㅋ)

자본주의 사회의 잔혹함은. 꿈을 꿀 수 있는 환경도 돈이 있어야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뭐 물론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이루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 자체가 하나의 자부심이 되고, 이야기거리가 되는 건,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필리핀 마닐라 빈민가의 제이슨은 그저 드럼을 사는게 꿈이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가족들은 사이가 좋다. 부모님 사이도 좋고, 부모님과 아이들 사이도 좋고, 형 빌리와 제이슨도 포르노영화를 함께 즐겨 볼만큼(?) 사이가 좋다.  그러다 형의 여자친구가 임신을 하고, 낙태비를 구하기 위해 건달친구 파블로와 돈 많은 옆집 노파의 집을 털기로 한다.  도둑질은 성공하는 듯하나, 노파에게 들키고 충동적으로 파블로는 그 노파를 죽인다.
다행히도(?)  평소에 사이가 안 좋던 그 노파의 동생이 그 노파를 살해한 것으로 상황은 흘러가고, 그 동생도 자살한다. 낙태비를 구한 형은 여자친구와 사이도 다시 좋아지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콘돔을 꼭 사용하겠다는 약속도 한다. 그리고 아마 그 돈으로 제이슨도 드럼을 산 듯하다. 이야기는 이렇게 찝찝한 해피엔딩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근데 갑자기 파블로는 빌리를 유인해 빌리를 죽이고, 이를 우연히 목격한 제이슨은 빌리를 죽인다.
영화는 제이슨의 통곡으로 끝난다.

워낙 영화가 뒤죽박죽으로 진행된터라 봤음에도 보지 못한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영화 보는 내내 위태로웠던건ㅡ 솔직히 모든 장면들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끝날수 있었던 순간까지의
상황도,  들키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일 뿐 해피엔딩이 아니고, 얽히고 얽힌 관계의 이미지들이
마닐라 빈민가의 배경들과 어우러져 삶의 초라함과 참담함을 보여준다.

그냥.
돈이 없음은 언제 어디서든. 문제적 상황에 취할  확률을 높인다.
영화는 그런 현실을 어지러이 보여준다.

단 하나. 긍정적인 건. 제이슨이 매우 귀여웠다는 것. 필시 그는 필란드의 김현중이나, 유승호쯤 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