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갈 때는 끝까지 밍기적거리다가 겨우 겨우 일어나서 출근하는 홍냥..
이 날만큼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시장으로 향하다....오직 초밥을 먹기 위해서 ^___________________^
이른 새벽에는 직접 참치경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시장안의 상점가에서는 그날 들여온 생선으로 갓 떠낸 싱싱한 스시를 맛 볼 수 도 있다....(8일간의 도쿄여행...남은주....p.203)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초밥집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외국인들도 많고...
경매는 이미 끝난 다음이었고 (사실 별로 볼 생각도 없었다!. ..한국에서도 안보는 경매...ㅋ)
본격적으로 맛집 순례를 나온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돌아다니면서 시장을 구경했다.
시장을 젤 많이 갔던건 중학교 때였던거 같다. 학교길에 시장에 들러 튀김과 떡볶이를 먹으려고...
나이 먹고 나선 회 먹으로 수산시장 두어번 간 적 말고는 대부분 마트에서 쇼~오핑 하는 홍냥..
오랫만에 시장에 가니 조쿠나...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한 집을 골라 줄을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본 신식 건물(표현 참 고루하고!) 은 크고 화려하지만. 연식이 좀 된듯한 건물이나 가게들은
무조건 작다. 우리가 기다리던 식당들도 어찌나 좁던지....10명도 채 안들어가는 바 형식의 식당에서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초밥을 만들어 준다. 초밥왕들이 초밥 만드는거 직접 보고, 먹는다.
우리나라 돈으로 2~3만원 정도 하는 초밥 한접시....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중 가장 행복한
순간 중의 하나였다......으흐흐. 꺄. 여행중인데..뭐 어떠냐..일단 즐기고 봐야지...히힛.
결국 시장에서 파란우산, 노란우산. 투명우산 하나씩을 사서 들고 길을 다시 나섰다.
근처에 있는 인도양식의 어떤 절에 들어가서 잠시 비를 피했다.
화려한 일본 승려들의 승복은 인상적이었다. 만화책을 별로 안봐서(응? 그래? ㅋ) 몰랐는데
건어물녀1에 의하면, 일본 만화엔 여러 종류의 이쁜 승복이 참 많이 나온다고 한다...헤헷.
잠시 쉬다가 다음 예정지인 시오도메로 고고씽...
여행책자에서 시오도메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읽으면서 여기 살던 사람들은 그럼 어디로 갔을까?
잠시 궁금해했다. 혹시. 용산처럼 다 내쫒은건 아닌지...ㅠㅠ 분명 새롭고 화려한 것은 약자의 권리를 짓밟으면서 만들어진 것임에 분명하다고 믿는 것도 어쩌면 내 편견일지도 모르지만......새롭고 화려하고 높은 건물 좋아하면서 그런 일을 추진하시는 분들은ㅡ 개인의 삶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왔으니까..
늘씬하게 쭉 뻣은 건물들이 내겐 좀 삭막하게 느껴졌다.
라고 조금 기특한 생각을 해주시고......
곧 니혼TV 의 부엉이 시계를 보고 폴짝 폴짝 뛰면서 좋아하고.
방송국 건물에 있는 몇개의 캐릭터 샵에서 또 급 흥분해버리고 말았다....
나이를 조금 먹으면서 홍냥 스스로에게 조금 솔직해진건, 귀엽고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좋아한다는걸
인정하게 된거다. 오히려 어렸을 적엔. '난 그따위 인형을 좋아하는 어린이가 아니라고! 흥' 이러면서
어른인척 하는걸 좋아했지만. 다 부질없다. 그래봤자.ㅋㅋ 철들면고생인거다.
물론 조금은 독자적인 취향이 있는지라 '가와이~'의 정의가 남들과 좀 다르긴 하지만.
내 책상에. 내 책들 사이에. 내 침대 옆에 세워두고 싶은 인형들이 너무 많았다.
만약 내가 엄마가 된다면. 아마 아이가 원하지 않더라도ㅡ 방에 인형을 가득채워줄지도..
( 아 벌써 내 취향을 강요하는 엄마가 되려고 하고 있는거??? ㅡㅡ;;;;;;;;;)
만약 지브리 스튜디오를 못가게 될줄 알았다면 아마 여기서 정줄 놓고 쇼핑했을지도 모를 홍냥...
'나에겐 지브리가 있어...' 라며 간신히 정줄을 부여잡고 구경했다.
하핫. 사진에 내가 다정히 팔짱끼고 찍은 사진 보이는가....
저 시크하고 엣지있는 모습을 보라..ㅋㅋ 얼마만에 껴보는 남자 팔장이란 말이냐...응? 나 넘 불쌍해? 흑
내 방 책상에 앉혀두고 날 기다리게 하고 싶단 생각을 잠깐 해봤다...
응? 그냥 생각만 했다구......불라 불라 불라....ㅋ
시크한 커피숍을 들어가니 마니 하다가, 결국 체인점 tully 에서 커피를 한잔씩 사들고
시오도메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부엉이 시계 앞으로 갔다.
청계천에서 자주 물쇼, 레이져 쇼 등을 하면
'뭥미? 유치하게....' 이러면서 지나가면서. 또 시계앞에서는 입을 헤벌쭉 벌리고 구경하는 홍냥...
본래 밤문화의 명소로 유명했던 곳이었으나. 최근에는 2003년 롯폰기 힐스와 2007년 도쿄미드타운 오픈. 그국립신미술관의 개관으로 예술. 문화. 쇼핑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추천하는 일정은....미드타운의 야외정원 산책. 미술관의 멋진건물과 전시회 감상. 그리고 롯폰기 힐스의 멋진 야경을 감상하기......라고 하는데....사실 그거 말고 딱히 할 일도 없는 것 같다.
명동에서 길거리 걸어다니기, 백화점 구경하기 말고 별로 할일 없는것처럼.ㅋ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새벽에 일어나고, 비를 뚫고 종종걸음으로 걸어다닌 후라 너무 피곤했다.
원래 미술에 별다른 관심없던 홍냥과 초식남. 그리고 먼가를 보기엔 이미 지쳐버린 건어물녀1....
건물 좀 구경하고 근처 산책하는 정도로 1코스의 일정을 마무리 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
미술관 건물 자체가 일본이 대표적인 건축가 구로가와 키쇼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사실 막눈 그 자체인 1차원 홍냥....' 와..이 건물은 참 이쁘군...; 이라는 말 밖에 별로 할말은 없었다...ㅋ
게다가 짧은 여행의 1/3쯤을 지나고 있던 홍냥....약간의 혼란에 빠졌다.
일단! 홍냥이 생각하는 홍냥은....노닥노닥 유유자적 앉아있는걸 좋아하고 커피를 앞에 놓고
꾸벅꾸벅 졸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사람많고 복잡한 이 도쿄 한복판에서 왜 이렇게 바쁜 마음으로 돌아댕기고 있는건가....
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왜 좀 더 자극적이고 신기한게 없냐고....뭔가 홍냥의 마음을 '둥~' 하고
건들여주는게 나타나야할것 같은데 뭐가 이렇게 밍밍하고 싱겁지??
그럼 평소의 홍냥답게. 편히 앉아서 쉬라고.
뭐 이렇게 촌스러워??? 라고 생각하면서
도쿄미드타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텔,레스토랑,오피스,미술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새로운 스타일의 복합상업시설...
갤러리아 존은 쇼핑구역/ 플라자 존은 카페나 유명한 파티시에의 제과점 / 하노키초 공원 연결된 야외정원 / 야외정원의 21_21디자인사이트/ 산토리 미술관.....
아....코엑스만 가도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는 홍냥...
친구 만나러 여의도만 가도 그 높은 건물에 질려 길을 찾을 생각도 못하는 홍냥...
이미 그 높은 건물에 눌려버렸다.
게다가 새벽의 그 시장과는 정말 극과 극의 정반대 분위기 아닌가?
여기저기 가게를 들어가서 구경해보지만. 힘들고. 지치고. 졸리고. 상투적일 뿐이었다..
게다가 최상의 호흡(?) 을 자랑하던 초식남과 건어물녀 1도 점점 피곤에 쩔어가고.....
대충 여기 저기 구경을 하지만 처음의 감동이 덜한걸 보니 쉬어야할 타이밍이 왔다.
아. 시간을 보니 이미 2시....하하하...밥먹자....
하지만 여행지에서 밥 집을 고르는건 정말 곤혹스러웠다.
수 권의 여행책에서 수많은 맛집들을 찾아갔지만.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방향 감각도 사라지고, 그저 배만 고프고....그렇게 방황하다가 우연히 선택한 우동.
어라? 우동이 좀 이상하네...뭐야. 국물은 어디간거야? 비벼먹어?? 대충 그림보고 골랐는데
맛있었다. 배를 좀 채우고 옆에 붙은 간판의 일어를 힘겹게 읽어보니....'사누끼 우동' 이었다.
허헛. 사누끼보레랑 무슨 사이야? 이거 유명한 집인가? 어쨌든 일본식 우동이라는 거군? ...
갑자기 홍냥 ...자신이 너무 웃겼다. ㅋ
'먼가 한 방 먹을만한 감동을 내게 달라고.... 뭐야. 이건 내가 코엑스에서 길을 헤메는 것과 다를바 없잖아'
라고 조바심을 내다가 '엇. 사누끼....이거 먼가 있는거 같은데....하하핫. 나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을 먹은건가?? ..그래 여행이라면 이정도의 새로움은 필요해..우히히' 라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모습...ㅋ
초콜렛 가게....'장 폴 에반' 이라는 파티쉐 이름을 걸고 하는 곳이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유명한 집이라고 한다.....
가격은..살짝 세다...조각케잌이 한 조각에 500엔에서 700엔 정도 하니까....
소심한 홍냥....'우리 하나 사서 나눠먹을까?????? 라고 제안했다가 초식남에게 비웃음만 샀다...
'아니 이게 뭐 먹을게 있다고. 이걸 나눠먹어요...게다가 초코렛을 어떻게 나눠먹어요....으흐흐흐흐'
우리의 초식남 또 발끈한다...' 아니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케잌 앞에서 그래봤자 라뇨..?'
결국 배 부른건 부른거고...각자 한 조각씩 차지하고 먹었다...
근데 그러길 잘했다.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다.
자. 이제 배도 채웠고.
건어물녀 1. 각자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다...
오호라. 거 좋은 생각인데? 초식남. 너무나 흔쾌히 동의한다.
가까부터 느끼던 불편함의 정체에 대해 알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다..^______________^
자신만의 시간은 필요한법!
한시간 반 후에 도쿄미드타워 입구 후지 스트디오 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길.
나는 건어물녀와 잠시 공원을 거닐다가
디자인 21_21도 공사중이고. 산토리 미술관도 휴관중이라는 사실에 잠깐 좌절하다가
갤러리아 존의 값비싼 가게들을 구경하고 (간지템들이 있는 그곳! 그러나 베리 익스펜스브~)
디자인 허브에 전시되어 있는 가구들을 관람(?)했다.
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저녁 6시쯤....
게다가 인테리어 숍이라든가..이쁜 가게라든가 하는 것들은 이미 다리라 퉁퉁 부을 만큼 구경한 다음이었다. 저 사진의 초췌한 모습을 보라...설정 샷이 아닌게다. ㅋ
여행책자의 소개에 의하면, 오다이바. 도쿄도청(시청?) 과 더불어 3대 야경 중의 하나로
셋 중 가장 럭셔리하고,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무려 1500엔이라는 고액을 흔쾌히 지불하고, 모리타워 54층으로 고고씽.
미술관은 난해했다. 영어로 나오는 설명테잎도 빌려서 들었지만,. 영어가 들릴리는 없고.
태초의 분자라든가. 발전이라는 이름하의 변화라든가. 하는 시간의흐름에 집중하는 작가의작품들은...
아웃오브안중..............집중하기엔 너무 피곤해서라고 생각중...크크크.
그리고 여행 일정 중 가장 기대했던 '롯폰기 야경...'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 사이로 흔들리듯 비추는 야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지만.
쨍한 야경사진을 기대하며 고질라 삼각대까지 구매하여 여행길에 오른 홍냥에게
비오는 야경과 그리고 므흣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는 커플 융단폭격은 재앙이었다. ㅜㅜ
게다가 가지고 올라간 렌즈는 달랑 35mm 의 단렌즈. 엉망진창의 사진들을 찍어대다가
혼자 와서 음악을 들으면서 야경을 바라보는 어떤 남자에게 한껏 감정이입을 했다.
아. 분명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저기 앉아있을꺼야.
그녀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를 듣고 있겠지...
왜 자신감있게 고백을 하지 못할까? 허락받지 못할 사랑을 시작한건가???
아니. 그녀와 헤어지고, 그녀의 생일날. 그녀를 기억할만한 곳에 와서 마음으로 혼자
축하해주고 있는건지도 몰라. 아. 매우 로맨틱한 니뽄진이구나.....우후후..
홍냥과 건어물녀1 그리고 초식남.
각자의 시간 속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둘째날의 일정을 끝내다.....
아앗. 생각해보니...저녁을 안먹었구나....ㅠㅠ
지친 몸을 롯폰기 힐즈 1층의 의자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혹시 추천 식당이 있나 찾기 위해 여행책을 뒤적이던중....발견한 재미있는 사실하나.
우린. 여행책의 작가가 추천해준 모든 롯폰기의 코스를 돌았다는 점.
ㅋㅋ 의도했던 바는 아니고, 그냥 이 책 저책에서 짜집기 했던 기억을 의지해 돌아다녔을 뿐인데
책에서 그려지고 있는 매력있는 여행코스대로 여행을 하고 있었던게다.
아.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 자체였던 순간이었다.
책 속의 일정을 마친 그녀는 가볍고 행복한듯 했으나, 우리는. 마치 중노동이라도 한사람들처럼
괴롭기 그지 없었으니.....ㅋㅋ
드라마에서의 여행이 한없이 가벼운것과. 실제의 여행이 반대편으로 한없이 궁상맞은 것과 같은 맥락.
여하튼.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밥집!
생선, 새우, 뭐 이런것 좀 시키고, 덮밥과 맥주를 마시며, 또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물론...계산서를 보니 허걱. 하는 금액이었지만....그곳은 여.행.지. 아닌가.......^_____________^
2년전부터 다니기 시작한 국내여행. 의외의 순간들을 마주치지만 그건 즐거움의 소재일뿐 당황하지는 않았다.
여행에서 마주치는 많은 풍경들과 상황들. 백화점에서의 친절한 종업원, 시장에서의 투박하지만 속정깊은
아저씨. 길을 활보하는 젊은이들. 빌딩 근처 선술집의 직장인들..
그럼에도 홍냥은 한국에서와 달리 흥분하고, 감동하고, 소리치고...상황에 몰입해 있었다.
마음껏 즐거워도 돼. 더 솔직해져도 된다구. 충분히 감동할 순간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한국에 돌아와서 점심시간에 청계천을 산책하면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의 사람들을 보면서
일본에서 느꼈던ㅡ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꼈던 순간의 감정들을 생각해본다.
시청근처 청계천 끝자락의 '똥' 건물을 한번 유심히 보아주고.
높다랗게 솟아있는 빌딩숲 사이에서ㅡ 빌딩의 창문 모양을 한번 더 살펴보고
벽에 붙은 공연 사진을 한번 더 뒤돌아 본다.
여행의 힘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여행 자체의 신나고 신기한 시간들과 더불어 여행 이후 일상의 공기를 바꿔주는 것.
아마 앞으로 또 몇번의 여행을 경험하고 나면,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도쿄에서 느꼈던 오만가지의 생각들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짧은 여행이 바꿔놓은 일상의 온도는 홍냥의 삶을 은밀하게 단단하게 해줄 것이다~. 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