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전에 친구에게 받은 문자...
" 지하철 옆에 앉은 여자애들이 기독교 때문에 연하남이랑 헤어졌다는 얘기를 심각하게 나누고 있어 ㅋㅋ"
ㅋㅋ
사랑얘기는. 각자에게 그 세상 어떤 이야기 보다 더 슬프고 아픈 이야기이겠지만.
비슷한 이야기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덕분에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가 감동을 주는 것이겠지만.
보통의 존재.
그렇다고 내 삶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 읽은 소설의 한 구절
절대 믿어서 안될 것은
삶을 부정하는 인간의 나 자살할꺼야. 란 떠벌림이다. 그런 인간이 가야할 길은 알콜릭 정도가 적당하다. 삶을 인정하지 않고선 실제로 자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뭐랄까. 결혼을 한 인간만이 이혼을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다......그들은 그저 살아갈 수 있는 인간들이다. 라는 얘기다. - 박민규 '아침의 문'
힘들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시간이 있었다. 뭐가 그렇게 힘들면 힘들었다고. 한숨을 몰아쉬며. 힘들어...를 연발했을까? 그래놓고 고작 하는 일이란, 그 보람 고시원 근처에 있는 고깃집에서 옆테이블이 남긴 고기까지 가져다 구워먹는 짓을 하거나, 새로 생긴, 그러나 곧 망할게 분명했던 '블랙캣'이란 술집에서 밤새도록 맥주를 마시는 것이였으면서.
훗. 그 시간을 부끄러워 하는건 아니지만. 아깝단 생각은 든다. 훗.
동네 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는 어떤 어린이의 그림.
"태어나서 죽으면 인생은 또다시 온다."
작년에 지리산 갔을 때, 그러니까 둘레길을 걸으러 갔을 때 들렀던 민박집의 꼬마.
우리에게 삼겹살을 꾸워주시는 아빠 옆을 뱅글뱅글 돌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툭툭 던지던 녀석.
"사람은 길을 걸어요. 걷다보면 낭떨어지가 나와요....근데 또 일어나서 걸으면 되요...."
아이들에는 온통 미래밖에 없다. 수많은 다음이 있고, 그리고 또 그 다음이 있다.
그건 어린이의 그리고 젊은이의 특권이다.
패배적인 사고방식으로 꽤 오랜시간을 보낸 나이지만.
그 와중에서 나도. '다음은...' 이란 생각을 했던거 같다.
'지금은 이렇지만 다음에 잘하면 되지'
'그래. 다음번에도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지금 노력하자' 라든가....
몇 년만에 이별이란 걸 해보면서 예전과 달랐던건 이거였던거 같다.
"다음번엔......." 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
물론. 다시는 사랑따위는 안할꺼야 라든가. 누군가를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건.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아니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쉽게 '다음'을 기대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는 거....
파마를 했다.
동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살기도 하지만. 그보다 내가 봐도 나는 좀 어려보였다.
뭐랄까. 와 피부좋으네요. 어려보여요. 라는 그런 의미의 동안이 아니라.
정말 좀 중학생처럼 생겼단 생각을 많이 했었다. 정신연령이 얼굴에 드러난 셈? ㅋ
근데 파마를 하고 나니. '어른'처럼 보인다.
생각해보면....
섣부르게. 다음을 이야기 하지 않게 되고 나서 좋아진 게 있다.
지금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거. 20대를 그저 소비해버린 나같은 사람 입장에선 더더욱...
아마도. 끝나버린 사랑이 더 서러웠던건. 다음을 말하지 않게 된 내가. 지금을 지키기 못했기 때문일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