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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벚꽃이 진 그 자리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마음을 설레이게 하곤
처연하게 사라졌다.

그가 나에게 말한다.
"사랑해...."
덜컥 겁이 난다.

몽글몽글 맺기 시작한 꽃망울같은 감정은
언젠가 활짝 펴서 그 아름다움을 과시하고선
흔적도 없이 사라질것이다.

마치 이름도 알지 못했던 사람들처럼
그렇게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숨죽이며 지내온 시간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나의 시간들 속에서
나는. 아름다움의 덧없음을 사무쳐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설레임이
이쁘고 고맙고 소중하면서도
아프고 두렵고 슬프다.

그의 설레임도 언젠가 벚꽃처럼 사라질것이다.

그러나.

꽃은.
언제고 봄이오면
다시 필테고.
꽃이 져버릴 것이 두려워
꽃을 버리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우리의 꽃이
여러번의 봄을 맞이하며
더 아름다고 더 사랑스럽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조심스레 가져본다.

나도 그의 눈을 마주보며 말해본다.
"사랑해...."

처음 한번이 어려웠던건가보다.

인생. 참 가볍다.
지금과 같은 무게로.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평생 살았으면 좋겠다.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