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5월 12일 이니까.
오래전에 어디서 본듯한 맑은 두눈 가진 너를 처음 만난건
오늘처럼 따스한 햇살 쏟아지는 화 사한 날이었어
그 시절엔 우린 몰랐었지 이렇게도 그리운 기억 가질 줄
지나버린 많은 시간속에 가끔씩은 멍하니 추억에 젓지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 해
내 맘속에 자꾸 떠오르는 네 생각에 편안하진 않지만
먼훗날에 얘기할 사랑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지 알고있니
우리가 나눴던 추억속에 가끔은 웃음짓지만
따사로운 매년 이맘때쯤 서러움에 눈물도 흘린다는 걸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해
아물 수 없는 나의 상처에 덧없는 후회 해보지만
잊을 수 없는 너를 만난 그날은 나의 꿈속에 영원히 남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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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 오비의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된
'5월 12일'(정석원 작사 작곡)의 가사 내용이다.
갑자기 이 노래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내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레코드의 가사지에 써놓은 것처럼 87년 5월 12일은
현재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어디에선가 살고 있는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이다.
미팅에서 만나 시작된 그녀와의 교제는 이후 2년 반 동안 지속됐다.
우리 두 사람의 데이트는 주로 신촌 이대앞 카페의 거리에서 이뤄졌다.
날이 지남에 따라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버스를 잡아타고
이대 앞으로 달려 가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과로 바뀌었다.
우리들은 다정히 팔짱을 끼고 연극관람이나 영화구경을 다니기도 했다.
그녀에게 빠져버린 나는 어린 마음에 그녀와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졌다.
그녀도 마찬가지.
우리들은 머지않아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는 달콤한 환상에 젖어들곤 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소중한 존재로 다가왔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수 없는 만남 속에 그런말이 오고 갔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나중에 우리가 사랑에 빠진걸 안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우리의 교제를 결사 반대하셨다.
그녀에게 금족령이 내려지고 나와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침내 울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89년 말 우리들의 교제는 끝났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없 었다. 그리고 부쩍 늙어버렸다.
금년 초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래가 촉망되는 멋진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고 했다.
미팅에서 만난 이대생과의 사랑과 이별은 이후
나 정석원의 음악에 결정 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니, 공일오비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공일오비가 지금까지 만들어 부른 여자이야기나
이별에 관련 된 노래들 중 80-90%가 그녀와 만나고 헤어지면서 겪은
내 경험을 바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뼈대만 만들어진 노래들은 호일형과 형곤이의 도움으로
살이 붙여져 작품으로 완성되곤 했다.
이젠 다 지난 남의 이야기 처럼 덤덤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그녀와 헤어진 직후에는 정말 견디기 힘들 었다.
By 정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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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또다른 석원. 이석원이 그랬다.
나이를 먹고 마흔이 가까워오니.
이십대때 자기가 썼던 것과 같은 감성을 가진 노래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 물론 그야. 내공이 점점 깊어져서 막 40대가 된 지금도
나이 탐험가라는 그의 자칭 직업(?) 명에 맞게 글을 쓰고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지만.)
어느 공연에서가 39살인ㅡ 그리고 40을 기다리던 그의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20대 초반의 끄적거린 일기들을 다시 읽고
조금 슬퍼졌더랬다.
힘들어할꺼면 조금 더 쓰레기처럼 바닥을 칠껄. 이라는 생각도 하고.
어설픈 자의식으로 나를 괴롭혔던 시간들이 나름의 의미였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 위로도 되고.
여하튼. 나는 감성의 20대를 지나 이성의 30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철들려면 멀었다는 주위 사람들의 평가를 기쁘게 받고 있다.
사고를 치고 싶으나. 20대와는 다른 조심스러움 때문에 늘 망설이고마는 요즘.
이러니저러니 해도. 30대는 후회보다는 보람과 만족을 느끼고 싶은데...
나는 지난 겨울, 결국 본질을 버렸고,
지금은 껍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 건강하지 못한 유충은 나비가 되지 못하고.
나비가 되고 싶은 꿈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고치의 쓸모. 정도를 삶의 기쁨으로 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
나의 마흔이 그저 빈 도화지라고 하더라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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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