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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일상의 기록


혼자 바쁘다 바뻐를 입에 달고 지내다보면
애 키우며 회사생활 하는 워킹맘들이 정말 대단해보인다.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은 좀 없애도 나는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 하는 것들의 2/3 쯤은 다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치만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게으름뱅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좀 굼뜬거 같다.

내 가방속을 들여다보면 내 성격을 알 수 있다.
나는 보통 2권이나 세권의 책을 들고 다닌다. 그 이유는 언제 뭘 하고 싶을지 몰라서.
근데 솔직히 아침에 가방들고 나가서 밤까지 가방에 있는거 한번도 안꺼내는 경우가 많다.
오늘만 해도 영어 공부 한다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문판과 영어일기 이번주 한겨레21 그리고 삼성을 생각한다. 하우스 시즌 4 로 가득채운 핸드폰......그리고 노트와 펜....그리고 노트북

물론 작정하고 커피숍에 눌러앉아 여유를 즐길 작정이었지만 그래도 과했다.
외적 결핍은 참아도 내적 결핍은 못참고 준비하고야 말겠다는 이상한 성격.
할일이나 제대로 하라규.

8월도 반을 훌쩍 넘어 이제 10일도 안남았다. 이번달 카드 쓴거 생각하면 빨랑 담달 6일이 되었으면 싶지만, 그래도 어쩐지 시간만 가는거 같아서 속이 타들어 간다.
물론 그 타들어 가는 마음 따위 가지지 않고 걍 순간 순간 내가 하고싶은 일들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그 시간들이 쌓여 내 추억이 되고 내 마음이 되고 내 인생이 된다는걸 알면서도
문득 문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걸까?  사는게 뭘까? 지금 이러는게 무슨 의미지? 라는 생각들이
떠오르는건 어쩔 수 없다. 이건 그냥 나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존재론적 한계일수도 있고
극심한 자본주의 시대에 그저 하나의 부속품으로서의 정체성 그 이상의 것을 가지기 어려운 시대적 상황 탓일 수도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종교에 의탁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욕심에 집착하게 되는 것일게다.
물론 종교에 의탁한 욕심쟁이가 가장 최악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하튼 오늘은 오랫만에 커피 마시면서 실컷 책도 읽었고, 서점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문구류도 사고
사고 싶은 새책 열권쯤 눈으로 찍어놓고, 서점에 깔린 많은 책들이 이미 집에도 있으나 그저 아직도 소유이상의 것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 좌절도 하다가 뭐 한권씩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룰루랄라.

티끌모아 태산. 이라는 말이 있다.
뭐 재테크 달인들은 티끌 모아 티끌일 수 밖에 없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게 굳이 돈에만 국한 되는 속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티끌같은 별볼일 없는 하루 하루가 내 다음날의 마음을 결정하고 또 그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불행하게 하기도 하니. 한사람의 일생을 태산으로 봤을 때 티끌은 참으로도 중요하다. 작년부터 쓰던 10년 일기를 2달만에 다시 펴봤다. 보기 싫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냥 잊고 있던거 같기도 하고. 밀린 거 걍 생각나는 거 몇개 쓰고 예전에 썼던걸 다시 보니 풋. 웃기다.
불과 1년 전의 일들인데, 그 때 디게 심각하게 고민했던거 같은 일들이 지금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 순간 나를 짖눌렀던 것 만큼의 고통을 주는 건 없다.
물론. 뭐 올해 들어 새로운 갈등과 고민과 힘듦의 순간도 있었고, 또 있겠지만. 이 또한 다 지나가면 별거 아닐테니깐 말이다. 아아아. 결국 또 허무주의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인가? ㅋㅋㅋ
티끌을 뭐 거창하게 모으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버텨야 한다는. 마음도 없다.
다만. 어쨌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남들과 비교하게 되는 마음 같은 걸 버리긴 쉽지 않다.
아마 내 기준이 확고하게 생겨도 그건 그럴거 같다. 아니 오히려 편협한 인간이 되버릴지도 모르고.
내적으로 . 마음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에 상처받지 않고. 지나친 의무감과 부담에서 벗어나 진심을 마음에 품고 살고 싶다.과연 나에게 그럴만한 복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치만 그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마음의 평온. 공부하는 스님들이나 혹은 수도사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어하는 단계일게다.
세상사 어떤 일에도 마음의 흔들림 없이 평온한 상태가 되고 싶은거.
어쩌면 일상 그 한가운데서 살아가면서 흔들림 없음을 원하는 건 말이 안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갈등의 연속이고. 그저 내 삶 하나 일상에 보통으로 영위토록 하는 것도 선택의 연속일진데, 의도하지 않았던 갈등들과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어떤 다른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없이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할것이다. 다 좋다. 다 좋다. 다 좋다. 그럼에도 나는...타인에게 너 때문이야...라는
그런 미운 마음 품고 살아가고 싶진 않다.

어떻게 생각하면, 세상 만사 모두 고맙고 감사한 일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 한 뼘씩 자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일상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자.
그리고 조금 더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가볍게 행동하지 말자.

나는 충분히 지금도 잘하고 있다. 반성은 충분히 했다. 달려도 된다.
넘어지면......다시 달리면 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