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오늘 나가수에서 국가스텐이 '잊혀진 계절' 을 들으면서 갑자기 10월이 왔구나. 싶었다.
물론. 지금은 10월의 마지막 밤이 아닌, 10월의 첫날을 맞이하는 새벽이지만.
늦은 여름휴가를 보내고
이틀 출근했다가 연휴 덕분에 회사에 안나가고 집에 앉아있으니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진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선택해서 버리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일단 버리고 나면
아마 너무나 쉽게 나 안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약간의 흔적을 남기겠지만. 그 흔적정도는 내게 남아있어야. 내 인생도 기록되는 법일테니..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랑도 이별도..마찬가지 일게다.
아무리 사랑했었다 한들. 이별이 아픈건. 내가 보내려 하지 않아서 그렇지 보내기로 마음 먹으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희미해 질 것. 그래서 한정없이 가볍고 부질없는 감정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문득.
이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
어느 시절의 음악을 듣고 있으니
그 시간의 어떤 감정이
기억이 났다.
기억. 이제는 감정이 아닌 기억이 되어버린 어느 시간의 이야기들.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나이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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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도와 전을 부치던 추석은.
이제 한번쯤 남았다.
나는 어쩌면 한번의 추석만 더 보내고 나면
더이상 엄마와 함께 기름 냄새를 맡으며 전을 부치는 추석을 가질 수 없다.
언니와 그런 추석을 가질 수 없듯이.
결혼을 한다는 건.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지만.
익숙했던 많은 것들과 강제이별을 뜻하기도 한다.
미칠듯이 벗어나고 싶어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할 수 밖에 되는 어떤 선택. 변화.
나는 결혼이란 걸 하기 전에
다시 태어나고 싶었는데.
요즘 들어.
처음부터 불가능한 바램이었다는 걸 안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없고.
그저 시간 속에 형성된 나를 조건으로
그 다음 시간을 살아가는 수 밖에.
그저 조금 더 나쁘지 않는 상황이 되길 바라는 수 밖에.
내가 되고 싶은 그런 사람은. 영원히 될 수 없다.
나는 이제 좌절하지 않기 위해
바라지 않는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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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사춘기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뚜껑을 닫기는 했는데
이따금씩 흩뿌려진 잔향들이 다시금 떠오를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뒤돌아 보기엔 눈 앞에 펼쳐진 인생이 너무 크다.
서른 세살이 끝나간다.
꾸역꾸역 앞아로 나가보자.
시간들의 흔적일랑 꼭꼭 닫아 봉인해 놓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