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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안녕 림보.

 

 

로맨스가 필요해 의 주인공 여자는 서른 세살이다.

연애를 시작하기에 남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조바심이 극으로 치닫는 나이

( 적어도 내겐 그런 그랬다. 물론 연애 중이기는 했지만....여자에게 서른 셋이란 그렇단 생각? )

 

나는 그 서른 셋을 지나 서른 넷이 되었다. 남들이 흔히 노처녀라고 하는 그 나이.

그 나이를 살고 있는게 조금 재미있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급하게 조바심으로 결혼을 하지 않았던 건 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상담은 조기종결을 하기로 했다.

내담자의 절실한 변화의지가 상담의 효과를 좌지우지 하는 거라던데.

난 그런 의지가 없다.

없다는걸 직면하고 인지한게 이 상담의 효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계속 계속 이유를 찾고, 반복해서 까먹지 않기 위해 복습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노라니

림보에 빠져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내가 림보에 빠져 있다는 걸 인지했다는 건 대단한 자각이라고 생각한다. 훗.

 

마지막 시간에 상담선생님이 그랬다.

상담을 해보는 것 보단 종교를 가져보는 건 어떻겠냐고.

이미 문제는 모두 알고ㅡ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니 계속 반복적인 생각으로 인정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신의 존재를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종교.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가 절에 열심히 다니셔서 나는 종교를 가진다면 당연히 불교.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선물받은 성격책을 읽으면서, 천주교나 기독교가 나랑 더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내가  한번도 그랬던 적 없는 것처럼

누군가를 위한 선택으로서 종교를 가질 수는 없었다.

 

그리고 역시 나는 이 험한 세상 내가 내로서 버텨가기로 생각했고

그저 있는 그대로서의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만나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대학 시절 함께. 종교 따위 필요 없어 라던 친구들 2명이 최근 종교생활을 시작했단.

S 양은 성당에서 교리 공부를 시작했고.

C 양은 시댁의 가풍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종교 따위 필요없어. 라며  나는 나로서 살겠어. 라며 새벽의 중앙광장을 함께 뛰어다니던 그녀들이

은근 슬쩍 종교를 가지는 걸 보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서른 넷은.

난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 절대로 날 건들지 마. 변할 수 없어. 웅크리고 있다가.

세상은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니야.  변하는 건 당연한거야. 라는 마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니가 어떤 사람이라고 애써 말로 표현하려고 하지마, 그래봤자 네가 어떻게 행동하고 사느냐로 너는 결정돼" 라던

어떤 선배의 충고가 다시 떠오르는 밤.

 

나는 이제 림보에서 벗어날 준비가 조금은 되어 있는 것 같다.

자각과 통찰 이후, 행동은....다시 다이어트로 시작하자.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