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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잡다감상문

[독서] 가난뱅이의 역습

일본이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p.11 ~ P.12

말하자면, 정사원으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집도 사고 해서 이제는 우등반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자네! 우쭐거릴 일이 아닐쎄! 안된 얘기지만, 자네도 이미 각 잡힌 가난뱅이란 말씀이야. 진짜 우등반이란 말이지ㅡ 잠깐 일을 쉬거나 몇념쯤 아무것도 안 해도 저절로 돈이 굴러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놈들이라구. 이런 놈들은 무지무지 노력하고 무지무지 재수가 좋아야 해. 그리고 남을 벼랑에서 밀어 떨어뜨릴 용기가 있어야 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보통사람한테늠 무리지. 게다가 아무것도 안 하는데 돈이 들어온다는 말은 누군가 대신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니까....(중략) 그런데 우리가 손가락 까닥 안한고 빈둥빈둥 놀면 어떻게 되지? 백발백중 눈 깜짝할 새 돈이 떨어져서 찍소리도 못하게 될 거란 말이야. 페달을 밟지 않으면쓰러져버리는 자전거 같은 우리 인생은 자타 공인 가난뱅이란 말씀, 아니 현재 일본 사회의 90퍼센트 이상은 가난뱅이 계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걸! 모범수냐 문제아냐 그런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은 강제노동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거야. ....(중략) 이렇게 사면 우수한 노예가 될 뿐이야.... 

이 책의 첫머리에 있는 작가 마쓰모토 하지메의 글이다.
이 부분이 그의 모든 행동의 첫 생각인 셈이다. 사회의 톱니바퀴에 편입되어 착하게 살아가느니, 아예 그 규칙을 무시하고, 비웃으면서 좀 가난하게 살더라도 즐겁게 살자는 그의 삶의 태도와 방식.

책에 나온 약력에 따르면,
그는 호세대학에 입학하여 '노숙동호회'에 가입하여 노숙의 기술을 갈고 닦으며 무전 여행을 하며 대학생활을 한다. 3학년 때는 '호세대학의 궁상스러움을 지키는 모임을 결성하여, 식당 밥값 20엔 인상 저지 집회, 오픈 캠퍼스 분쇄 등 대학측의 규제에 반대하기 위한 집회를 연다. 이 때, 중요한 건 기존의 엄숙한 집회의 답습을 따르지 않고, 찌개집회, 맥주파티 투쟁, 카레 데모 등 기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투쟁을 한다는 점이다. 정말 새로운 상상력의 장을 열어제낀 셈이다. 대학 졸업 후 '가난뱅이 대반란 집단'을 결정하여, 대학 때와 마찮가지로 "크리스마스를 분쇄하자" "가반뱅이가 설칠 수 있게 하라"는 등의 슬로건을 걸고 기발한 데모를 한다. 그리고는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이 반란'을 고엔지에 개점하고, 좋은 길목에서 데모해보겠다는 일념으로 2007년 구의회 선거에 입후보해 축제와 같은 선거판을 만든다.

한마디로 생각한 것을 하나씩 실현해보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의 생각과 그 생각을 실현해왔던 방법을 눈물나도록 재미있게 풀어놨다. 다소 우리나라에는 비현실적인것으로 느껴지는 것도 있고, 이 사람이 특이한 사람이라 가능한 방법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동체지향과 아나키즘적 사고방식은 한 수 배우고 싶다.

특히나, 대형마트와 체인점으로 모든 지역상권이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암담한 현실을 생각할 때, 2장의 '재활용혁명' 이나 '지역에서 연대하며 살아가자' '공공시설을 멋대로 만들자' 는 주장은 그저 재밌게 읽고만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새로운 형식의 데모를 꿈꾸게 했던 재기 발랄한 촛불집회가 고리타분한 엄숙주의에 의해 처벌받고 차단되어, 이제는 다시 수면 아래도 가라앉아 버린 2009년의 가을...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라는 김상혁의 눈물의 변명 이후, 가장 재미있는 말장난이 될 법한 '절차상 하자는 있지만, 그 법의 효과는 유효하다.' 는  헌재의 미디어법 판결과, '억울함은 이해하지만 폭력은 용서할 수 없다'는 법원의 옹색한 용산판결에도 그저 답답한 마음에 가슴 한 번 치고 묵묵히 또 일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홍냥의 소심함이 그저 슬프기만 한 요즘 ....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소심한 내가 눈을 마주치고, 슬며시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머리를 맞대고 없는 상상력이나마 쥐어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