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전만 하더라도. 난 지금과 다른 사람이었다.
우연히 예전에 썻던 글들을 다시 읽고나서야 분명히 알게되었다.
나는 이제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걸...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이렇다.
일단은...나는 올해 생일을 보내면서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만으로도 30대가 되었고.
나의 유년시절부터 2~3년전의 시간까지 나를 가장 크게 지배하던 어떤 상황 하나가 사라졌다.
물론, 그것이 그 자체로 어떤 해결을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갈등 상황들이 눈 앞에서 사라짐으로 인해
내가 가졌던 죄책감, 불안함, 초조함, 씁쓸함등을 잠시나마 벗어둘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 시간을 번 덕분에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었고. 이젠 어느정도 거리두기에 성공을 한 듯 싶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굉장히 삶의 어떤 조건이 나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건...
항상 상황, 조건, 그리고 나에게 요구되는 타인들의 기대치에 전전긍긍하던 내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느끼는 감정대로 행동했던 시간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놀라웠던 선택이었다.
그런 울트라 캡숑의 용기는 가까운 시일내에 다시 기대하기 어려울듯.
여하튼 늘 나를 힘들게했던....한 번도 내가 나이지 못한다는 자괴감, 열등감, 피해의식.
그깟 것들에서 벗어나 폭풍처럼. 100미터를 전력질주 하는 폐병 환자처럼.
그렇게 몰두하고, 몰입했던 기억...다른 것도 그 무엇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고.
그저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기쁘고, 고맙고, 감사했던 시간들.
그리고. 나도, 소심함 그 자체로 인생을 까맣게 채우기 바빳던 나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의 기쁨. 만족감. 살아있다는 느낌....경험.
물론, 그 반대급부로 실로 오랫만에 바닥까지 치고
심한 상실감에 많이 아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나는 그 시간을 보내고. 이제 어른이 된거 같기도 하다.
더이상 나는 문제집을 100권쯤 등에 짊어진 고3학생과 같은 초조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단거다.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먹잇감을 찾아 헤매는 사나운 날짐승처럼
이것저것 들쑤시며 일상을 어지럽히지도 않는다. 대단한 변화다. 이건.
물론 안다. 방심하는 순간 인생은 내게 또 다시 새로운 숙제를 내던지리란 걸.
그래도. 조금은 기쁘다.
'그래야만 한다' 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