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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낯설음 속으로.

2010년 계획 중에
나는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했고, 반년공부하고 영어권 국가에 가서 영어로 말해보겠다. 라는게 있다.
다소 유치하지만 개인적으로 비장미 흐르는 그런 결심이었더랬다.
뻔한 결론이겠지만 난 학원 몇달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회사일에 치인다는 이유로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연애에 몰두한다는 핑계로. 간간히 여행을 위한 책들을 읽는다는 자기만족적 위로 아래 영어공부 공부는 진작에 그만두었고,  그래도 여행은 간다.

내가 비행기 표를 샀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
1. 응. 꼭 다녀와. 나는 니가 어디든 떠나는게 좋아. 그러니까 늘 이것저것 너무 많이 생각하고 배려하느라 정작 니가 하고 싶은 건 못했었잖아. 나는 니가 한걸음씩 나아가는게 너무 좋아.
2. 이야~ 비싸잖아. 돈 많다. 근데 돈 안모아?  과연 그만큼 돈을 쓰고 얻어오는게 있을까?  안아까워?
3. (단순하게) 좋겠다. 부러워. 잘 다녀와.

어찌보면 남들 다 가는 여름휴가.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한 번 가는게 홍냥에게는 비장미 넘칠만큼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리고 일반적인 2.3번 같은 반응이 아닌 1번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그녀들은 왜 홍냥에게 이런 선물들을 준 것일까?  그녀들은 이미 홍냥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고. 이번 여행이 홍냥에게 가지는 어떤 의미를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일게다. 서로 다른 측면에서이긴 말이다.

여하튼. 홍냥은 이제 12시간 후면 비행기 안에 있을테다. 그리고 13시간쯤 하늘을 날아 히드로 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입국심사대에서 은근히 두근반 세근반 하면서 통과할 것이고  물어 물어(?) 숙소를 찾아갈 것이고, 긴장된 마음으로 런던의 야경을 구경하러 나갈 것이다.

'런던의 야경' 이란 단어가 홍냥의 인생에 들어오다니....감동적이다. 주륵주륵..
내심 마음 속에 품고 있는 1년간 외국에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 속에 꿈틀거린다. 그러나 그건 여행다녀와서 천천히 고민할 것이고. 지금은 지금의 여행에 집중해야할 떄!....

1. 짐싸기
그 간 수번의 국내 여행과 2번의 해외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을 이번 여행에 조금 담았다.
늘 가지고 다니던 스피커는 뺐다. 혼자 음악을 들어도 괜찮을듯한 여행MATE 덕분.
화장품은 거의 안챙겨가고, 옷은 편한 것만! 을 주장하던 태도를 접고, 약간은 이 옷 저 옷 집어넣어봤다.
그래봤자.이긴 하지만. 뭐 짐 쌀 때의 내 마음이 달랐다는게 중요한 법이다..

2. 여행준비
원래 계획은 영국에 관한 여행책, 소설책, 역사책도 많이 보고,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도 많이 보고, 그림공부도 좀 하고 갈 심산이었는데. 거의 못했다. 늘 그렇듯 용두사미. ㅋ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이 또다른 관심사로 이어지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근데 지금까지 고민중이다. 딱 1권. 여행에 가지고 갈 책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1순위) 가장 보통의 존재 - 이석원
2순위) 영국기행 - 니코스 카친스키
3순위)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4순위) 세계가 두번 진행된다면 - 정혜윤
5순위) 런던을 거닐다 - 손주연

아마 내일 아침까지 고민할 기세...

아.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과 빌리 엘리어트 OST 와 영화 다운로드
언니네 이발관 전체/베란다/에피톤 프로젝트/짙은/루시드폴-레미제라블/ 김윤아 솔로 3집
그리고 몇가지 슬픈 노래들.

3. 바라는 것.
낯설음. 그리고 낯설음에 적응하는 나. 낯설음을 불안함이 아닌 담담함으로 받아들이는 경험.
나는 왜 굳이 이런 경험이 별도로 필요한 것인가. 라는 고민은 더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요즘의 홍냥은. 적절히 잘 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그러니까. 미니홈피에 쓴 내용을 잠깐 빌려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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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러니까. 아직 철이 덜 들은 나는.
어릴적 마음에 품었던.
그러나 소심함으로 시도하지 못했던

수많은 바램들에 대해
아직도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루 하루 살아갈수록
뭔가 점점 더 명확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희미해지고 무뎌지고.

그래도 괜찮아지고.
나는 마치 잠에서 덜 깬든 몽롱한 상태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긴 그러고 보면 언제든. 날카로웠던 적은 있었던가.

나는 이제 30대이므로.
스무살적의 바램따위에 그저 치기로만 여기고
대충 사는 게 뭔지 아는 사람인 것처럼
거들먹거리며 지내온 지난 몇 달.

마음 속의 두려움이 스멀스멀 다시 기어나와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내 자아를
발가벗겨놓고 혼을 낼 것만 같은
그런 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음을
그러니까 나의 무의식은 알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의 적절한 낯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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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이 말마따나 곰에서 점점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쇼핑 따위는 내 관심 아니라고 그렇게 주장하던 홍냥은 시간 나면 아이쇼핑을 즐기는 이가 되었고
남자친구 앞에서 달달한 애교를 제법 부려보기도 해본다.
그리고 남들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대충 그렇게 묻어서, 내 마음도 같이 묻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는데. 그리고 그런 의미로 꽤 잘 살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그럼에도. 먼가 아쉬운건 있다.
내가 뭘 하고 살든, 어떤 삶을 살든.
내가 나에게 원하는 건. 내가 타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배려는 다른 얘기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심지아 타인을 위해 내 선택을 바꿔야 할 때도. 그 배려조차 주체적일 수 있는)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음 좋겠다. 
낯선 상황이 닥쳐왔을 때. 안절부절 하지 말고. 담담히 그 조건과 상황 하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그럼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짧디 짧은 여행을 통해. 그런 경험에만 집중해보고 싶은 것이다.

된다면. 아 개미 꼬리만큼 짧은 여행 말고. 낯선 곳에 일상을 풀고, 낯설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시간을 몇 달만이라도 보내보고 싶다.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걸 꿈꾸는 나는.
아마도 아직 더 세상의 매운 맛을 더 보고 더 철이 들어야 하나보다.

작년 제주도 올레 길에서 찾았던 감을 다시 찾아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홍냥...7박 9일의 여행 무사히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