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의 관계맺기 자체를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쯤 이 드라마가 했었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연애질이란 것에 대해
꽤나 재미나게 그렸던 드라마.
공식적으로 세번째 연애에 실패하고 난 후 나는 연애가 이젠 안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실수들에 대해 되짚어 봐던 기억이 있다.
이번 연휴에 우연히 케이블에서 한회를 보고
결국 1회부터 다운받아 다시 정주행.
빨리 돌려가기를 하면서 연휴를 드라마로 채웠다. 큭
어느 겨울 새벽 삼성역 사거리에서 그상태 그대로
말도 못하게 불안한 나를 냉동시키고 들여다 보기어려웠던 1년이 넘는 시간들.
관계가 끝나서가 아니라 또다시 불안정해지는 나를 견딜 자신이 없어 내가 나를 잠재웠던 그 날 이후
어쩌면 조금은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계속 다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나친 모순..)
나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기를쓰지 않았다. 아니. 진심으로 아무것도 할말이 없었다.
일기를 쓰지 않아도
웃을 수 있고. 밥을 먹을 수 있고
게다가 다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까지 알아버린 나는
조금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꽤 잘 살고 있다.
헤어지는 법.
스무살이 넘어 내가 만든 트라우마는 헤어지는데 늘 서투르다는 것.
이번에 삼순이를 다시보면서 눈에 들어왔던 건
삼순이와 심식이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아니라
진헌이와 희진이의 이별하는 과정이었다.
드라마 장면 장면 사이에 생략된 안타까운 시간들이 있었겠지만
결국 그들은 그들의 시간에 솔직했고 상대방에게 예의가 있었다.
예의바른 이별.
세상에 과연 그런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를 보며서 내내 서틀렀던 내 이별들이 생각났고
그게 내 멘탈의 결핍때문이란 사실에 부끄럽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훗. 웃긴 얘기지만.
드라마를 보고나서. 다음번에 이별을 하면 좀 더 잘 할 수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잘 이별해보기 위해 잘 만나고있는 남친과 헤어질수는 없는 노릇이니깐.
다만.
나는 오늘 서랍에서 일기장을 다시 꺼냈다.
반쯤 채운상태도 버려져 있던 일기장을 펴고 한참을 생각했다.
관계에 대한 예의. 사람에 대한 예의.
그리고 내 자신의 삶에 대한 예의....
삶의 윤곽은 개개인의 삶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맹이는 삶을 대하는 내 태도에 따라 결정되는거다.
그러니깐 나는 아주 예의 바르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