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아주 많은 걸 잘 잃어버린다.
그 중에 대박은. 외장하드를 잃어버린 것.
몇 년동안의 사진들.
일기.
그리고 그 밖의 좋아하는 영화.
흔적.
근데 나는 마치 가지지도 않았던것 처럼
그렇게 지나쳤다.
내가 잃어버린 게 무엇이더라.
라고 가만히 그 길목에 서서
돌아보고. 곱씹고. 다시 생각하지 않고.
나는 원래 그런 기억들은 없었던 사람처럼.
외장하드를 다시 사고
그 시점 이후의 사진들을 저장하고.
혹은 아예 사진을 찍지 않고.
무언가를 글로 남기지 않고.
그렇게 몇 달을 살았다.
그리고 이제 5월이 되었다.
32년 살아오면서 가장 평온했던 시간은
아마도 2009년 5월의 제주도였던거 같다.
걷기 위해 떠났던 시간들 속에서
나는 채우고, 비우고. 가벼워졌었다.
매일 매일 브로콜리 너마저와 언니네 이발관을 들으며
한정없이 걸으면서 이유없이 깔깔거리기도 하고.
한없이 펼쳐진 바닷길을 걸으며 울기도 하면서.
그랬던거 같다.
.....
그러고 보니.
아! 내가 그런 시간을 보냈었지. 라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도 오랫만인듯.
과거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괜찮은 내가 된거 같은데.
왜 가끔씩
마음이 허전한걸까?
나를 돌아보지 않게 되면서
나는 사람들에게 무심해졌고.
작고 미묘한 관계의 흐름들을 놓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서운함은 아마도.
이렇게 변해버린 나에 대한 질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녀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던
그런 내가 아니다.
델리스파이스의 동병상련.
아마도 그녀는 지금의 나를 보며
불안할거다.
나는 이제 다 자란 어른이 되어버렸다.
' 너 아직도 그런걸로 고민하니?' 라고 둔감하게 말을 뱉어버리는 류의 인간.
나는 아마도
무언가를 잃고.
무언가를 얻었을 것이다.
분명한 건.
과거 그 어느 때 원하던 내가 지금 된거 같기도 하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불안함이나 불만은 없다.
아니. 내가 바라고 바라던 안정. 비슷한게 내게도 생겼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계속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지금의 안정적인 이 기분이 단지 꿈이 아니라
정말로 그 뿌리를 가진 그 무엇이었면 좋겠다.
정말 내가 이제 단단한 뿌리를 가지게 된 것이면 좋겠다.
올해의 여행 계획.
나는 이대로 그곳으로 떠나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나는 그냥 어느 대도시로 가는것이 나을까?
어쨌건.
중요한건. 맞고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나는 다시 책을 읽어야 한다.
....
안녕 바다.
가을 방학.
그런 가사를 쓸 줄 아는 그들의 감수성에 미칠 지경이다.
단 한곡이라도 좋으니
그런 가사를 쓰고 음을 붙여
내 기억의 갈피속에 남겨두고 싶다.
더 나이 먹기 전에.
더 잃어버리기 전에.
아니. 더 채워지기 전에.
아니다.
나는 그곳으로 가서.
꼭. 어떤 가사를 써 올거다.
그 전에. 기타를 진짜로 배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