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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잡다감상문

[독서] 카모메 식당의 여자들


  황희연 / 예담 / 2011년 09월

2011년은 나에게 이중적인 한 해로 기억 될 듯하다.

기억할만한 어떤 이벤트 없이 일상이 분주했고동시에 이석원이 말한 '보통의 존재' 라는게 무엇인지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삶에 대한 허무함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일상을 깊이 껴안고 순간을 느끼며 살기에 대기업 3년차 대리의 일상은 너무 벅찼고.
그것만으로 보람을 느끼기에 나라는 인간은 너무 원하는게 많았다.
남들 따라 수순대로 결혼 이라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했으나.
이미 결혼이 가지고 있는 공고한 사회적 관습들 앞에 가로막히고
그를 도피처로 삼고 싶었던 내가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시기에 결혼을 못한다. 라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역시나 누군가의 반대(뭐 그것이 단순히 시기의 문제기는 하지만.) 를 이길 용기는 커녕 의지조차 없는 나에 대한 짜증이랄까?)

어찌어찌 바쁜 일정들을 마무리하고. 2011년을 나쁘지 않게 마무리하고 있지만.
다시 시작하는 한 해도 또 이렇게 흘러갈 것 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질려있는 상태.

그런 상태로 
친구들에게 선물할 연말 선물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찾아냈다.

카모메 식당. 실은 영화 제목이다.
몇명의 친구들이 강추했던 영화인데 인연이 닿지 않아 보지는 못했다.
작가가 말하는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핀란드에 있는 일본 가정식 식당에 우연히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해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영화를 보고 무작정 핀란드로 날아가고. 그곳에서 우연히도 일상을 탈출 해 떠나온 동양여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잡지의 편집장 자리를 때려치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자신과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진 그녀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다.

 마치 카모메 식당이 그랬던 거 처럼.

 그래서 그녀가 만난 9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나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

그녀들의 이야기는 책을 이 글을 읽고 나서 책을 읽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두는게 좋겠다.

 다만 내가 발견한 그녀들의 공통점....

인생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열심히 살아왔고, 여전히 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 알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열심히 산다
결정의 순간에 행동을 할 줄 안다는 점. 그게 다른 이들과의 차이점이랄까?
그녀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동시에 성공하기 위해 살지도 않는다.
그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일 뿐

이제 서른 셋을 앞두고 있는 지금...
매사에 불행을 위한 필요조건들이 무엇인지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예민한 성격 탓에
순간 순간 밀려드는 허망한 기분에 당황하고 있는 지금.
어쩌면 조금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시간들을 보내는지에 대해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예민하고 똑똑하게 굴 필요가 있을 듯하다.

한 순간도 도망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