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셋 봄.. 아니 여름..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나를 좀 추스리고 나면 뭔가 좀 단단한 기분이 될꺼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다. 결핍. 찝찝한 기분..
잘 모르겠다. 내가 나로 사는게 무엇인지. 왜 자꾸 핑계를 대며 도망치려고만 하는지.
어디로부터 도망치는 것이고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건지.
일상을 채우는 법이 무엇인지. 아직도 나는 왜 불안하고 불만족스럽고 화가나는지.
남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 것들을 하고 있는 시간들은, 무엇을 하고 있어도 잘못하는 것 같고
실수하는 것 같고, 후회가 되고 불안한 것인지...괜찮은 사회적 인간은 될 수 있지만.
참된 나는 될 수 없는 인간. 이 조차도 강박관념 같은 불안함. 불안함. 불안함.......
여전히 나는 이런 나의 구멍을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에서 찾는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그 시대의 장남/ 장녀로서의 삶에 찌들어
아이러니하게도 상대방에게는 무엇을 해주기보단 바라기만 했던 부모님.
그리고 그 갈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던 우리들.
그들의 갈등의 원인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내 기억 속의 나는....불안함. 불안함.불안함.
그렇게 33년이 흘렀다.
나는 우리 부모에 대해 애처로움과 안쓰러움과 아쉬움과 그리고 조금의 원망을 품은 채 살고 있다.
지금 와서 왜. 그렇게 많이 싸우셨냐고 묻고 싶은 생각은 없다.
충분히 이해도 되고, 오히려 슬픈 마음이 더 큰 탓에 그저 노년에는 마음이 좀 더 편하길 바랄 뿐이다.
문제는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그 테두리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여전히 멤멤 돌고 있는 나.
한번쯤은 그 고리를 끊어줘야 할텐데....매번 나는 그러했노라고 블로그에 주절대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있다. 내가 힘들고 답답한 건 결국 나 자신에 대해서이다.
달랠만큼 달랜거 같은데. 위로해줄만큼 위로한거 같은데 여전한 나를 발견할 때의 절망감.
응석받이가 되었나보다. 이런.
구멍을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기 보다는. 그냥 그 자체로 인정을 하고 살아보는 건 어떨까?....
존재하지 않는 정상성이 틀에 나를 가두어, 누군가에게 설명하려 들지 말고 말이다.
굳이 나 자신에게조차 설명하거나 변명할 것 없이. 아닌건 아니고. 맞는건 맞다고.
싫은건 싫고. 좋은 건 좋은거라고.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거라고....
배려, 이해, 공감 이라는 명목하게 눈치보고, 그런 나를 달래고 어르느라 폭식하지 말고.
나에게도 남에게도 좀 더 엄격해져 보는 건...
타인이 나의 삶을 침범하는 것에 엄격해지는 대신에. 내가 나를 방치하는 것에 대해 엄격해지기로.
...
언니가 엄마가 되는 걸 보면서. 더 무서워졌다.
그렇게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심지어 젓을 빨아야 고픈 배가 채워진다는 것조차 모르는 아가가
사람구실하고 살게 되기까지, 본연의 자기 자신으로 사는 모습을 배우기 까지
역할모델이 되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관계를 선택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세상 모든 것들이 자신을 부정해도. 자기 자신만큼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
나는 내가 보내는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잠을 잘 때는 잘 자야 하고. 밥을 먹을 때는 맛있게 먹어야 하고. 친구를 만날 때는 즐겁게 대화를 해야 하고.
책을 읽을 때에는 책의 내용에 집중을 해야 한다.
내가 하기로 선택한 어떤 행동을 할 때. 나를 의심하는 습관을 걷어내자.
내가 한심한 인간이라서 나를 의심해야 하는게 아니라.
내가 나를 의심하기 때문에 뭘 해도 한심한 인간이 되는 거다.
그냥 내가 하는게 맞는거다.
타인의 의견은. 그저 참고일 뿐. 따라야 하는 정답이 아니다.
까먹지 말자.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