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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2008년 12월 31일

1분이 지났다.

이제 23시간 59분 남았다. 나의 20대가.
40분전쯤에 일은 끝났고 집으로 출발했다면 지금쯤 택시에서 내릴때가 되었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낼은 프로젝트 오픈한다고 오늘보다 더 정신없을꺼고. 집에 가면 침대에 머리를 대자 마자 잠들꺼다.
그건 안되지. ^^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요즘 흠뻑 빠져있는 '브로콜리 너마저' 음악을 들으면서 멍하니 앉아있다.

20대초반에 썼던 일기들은.
주로. 내가 내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냥. 나는 나인데.
끊임없이 나를 부정하고, 내가 아닌 다른 나를 찾고
무작정 지금을 부정하고. 더 나은 파랑새를 찾았다.
그것도. 마음으로만.

서른을 코앞에 둔 나.
12월 31일에서 1월 1일 되는 것이나 12시 05분에서 12시 06분이 되는거나
똑같은 일분이다. 서른이라는 건 그저 십진법의 셈일뿐이다.

그럼에도. 지독한 나르시트스인 나는
어쩐지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는 나다. 끊임없이 나에게 주입했다. 나는 나라고.
어떤 선택을 해도. 나는 나라고.
니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라고. 그래도 된다고.

서른이 되면 나는 길을 찾아 질주 하고 있을꺼 상상했다.
그러나. 갈팡질팡은 여전하다.
아마도 계속 그럴꺼다. 아마추어 같이.

하지만. 이젠 슬프지 않다.
아마추어의 삶을 긍정할 수 있으니까.

수고했어. 스물 아홉해 사느라고.
고생했어. 열심히 사느라고.

앞으로 너에게 몇년이 더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