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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잃어버린 10년

작년, 제작년쯤 일기장에 자주 끄적이던 말이다.
나의 20대는 대학에 입학하여 새터에서 느꼈던 당황스러움, 혼란스러움 정도의 기분에서 어느정도 멈춰서 있었고.
그 다음은 늘 불안함과 짜증. 그리고 후회의 연속이었다.

물론 소소하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하고
좋은 교수님들의 괜찮은 수업을 듣고 감동을 하기도 하고.

하지만 늘 허둥지둥 했던것 같고, 늘 조바심냈던것 같고.
서른을 맞이하면서 나는 어디선가 내 20대를 도둑맞은 것만 같은 기분에 망연했던했다.

헌데. 오늘은 뭐 이런 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원래 블로그에 그저 내 얘기만 할 뿐 사회적인 얘기는 잘 안한다.
그건 내 깜냥에 큰 일이니까.
그저 혼자 주절거리는 일만으로도 벅차니까.
헌데..나 말고도 잃어버린 10년을 안타까워 하는 분들이 또 있어서....

잃어버린 10년

나는 그저 보수정권 재창출의 기쁨정도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나의 큰 오해였을 뿐.

대학 입학 이후 처음 따라나갔던 집회에서 '김대중정권퇴진' 이라는 구호에 당황스러워하고
한국현대사 학회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선배들이 이끄는 방향이나 집회에 선뜻 따라다닐 수 없었던 건
87년을 경험한 선배들이 원하는 바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우리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림에서 공부하는 중에서도 2003년 대선은 민주당을 찍어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개표결과를 지켜봤다.

민노당을 지지하기엔 난 좀더 기득권층이 되고 싶었고, 난 가진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뭐, 지금 생각해보면....쥐뿔도 없는게 그저 좋은대학 간거 고거 꼴랑하나이고...
 지금은 운좋게(?)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언제 사회 빈민층으로 밀려날지 모르는 딱 그정도인...
 그러면서 그냥 좀 더 급진적인걸 주장하는 것을 지지할 용기도 없는 소심한 사람...^^;;)

여하튼 나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재임동안 거의 대부분의 20대를 보냈다.

그 때도. 수많은 파업들., 효순이, 미선이, 매향리, 열거할 수 없는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그냥.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10년이 누구에게는 이를 갈며 다음을 기약하는 그런 시간이었나보다.
10년의 변화가 그들에게는 퇴보였고. 아니 10년이 아니라 20년쯤은 되돌리고 싶은가보다.

영어몰입교육이라는 듣보잡 정책으로 인수위 시절부터 사람들을 황당하게 하더니만
그 이후로, 전봇대나 뽑고, 시장 아줌마랑 손잡는 쇼쇼쇼를 하더니
미국가서는 병든소나 수입해오고, 사람들이 그러지 말라고...그러면 안된다고 했더니
시원하게 물세례주시고, 방송국 사장을 갈아치우는 재빠름을 보여주시고
김구를 테러분자로 만들면서 헌법에 나와있는 임시정부의 정통성도 무시하려고 한다.....

그 사람.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어디선가 잠복하고 있다가 좀비처럼, 혹은 바퀴벌레처럼
기어나오는 그 무리들 때문이다. 그 망령들을 다시 불러낸건.
우리가 단 하나 가지고 있는 권력, 그 투표용지다.  우리손으로 그 좀비들을 불러냈으니
뭐라 할 말도 없다.

이제 그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의사봉을 땅땅땅 치며
언론법을 개악할 것이고. 교과서를 바꿀 것이고, 김구가 아닌 이승만으로 10만원을 찍어낼 것이다.

그리고는 헌번을 개정할 것이다. MB 장기집권이라는 유치한 법조항을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헌법 119조 2항과 121 조를 없애버릴 뿐이다. 그 다음 법률과 행정규칙 바꾸는건 일도 아니니까.

그들은 잃어버린 10년을 다시는. 경험하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행할 것이다.
그리고 우린, 1949년 김구의 죽음과 함께  시들어버린 반민특위를 배울 기회조차 잃어버릴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이라는 20대를 마치고 30대를 시작하는 나의 꿈은 소박하다.
적당한 월급받아서. 배우고 싶은거 배우고, 책 사서 보고, 좋은 음악듣고, 공연보고,
좋은 사람들과 기쁜날. 슬픈 날 챙겨가며 그냥 소소하게 사는거다.

내가 머물 곳을 찾을 때,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적당한 가격에 좋은 곳을 찾고 싶고
아이를 키우게 되었을 때, 그 아이가  경쟁에 치이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내 가족이, 내 친구가, 내 동료가 어느날 갑자기 생업에서 밀려나지 않는것.
비정규직이더라도,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 확보되는 사회...

......딱 그만큼이면.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

그들의 칼날이 사람들의 목끝을 겨누어 찌르기 직전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성난 민심은 파도가 되어 다시 거리로 뛰쳐나올지 모른다.

아니면, 그냥 그 칼 끝에 목을 베이고,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그저 꾸역꾸역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 상처마저 도리어 킬까봐 혀 끝으로 개처럼 핱아가면서. 그렇게.

새해 벽두부터, KBS  왜곡방송과  국회 난투극을 보고 나니 기분이 개떡같다.

덧글.

나이 서른에 난생 처음으로 변호사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억울한 사람 천지인데......그래도...변호해줄 사람이 있어야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