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막./일상다반사

[일상]보람찬 일요일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요일인데 8시 반에 일어났다. 그사세 케이블 보다가 2시 넘어서 잤는데.)
아침밥도 먹고 ( 나 원래 아침 안먹는다. 근데 어제 한시간동안 훌라우프 돌리고 잤더니 배고팠다)
목욕탕엘 다녀왔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목욕탕에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목욕을 끝내고 언니랑 G-Mart 에서 가서 짜파게티와 오다리와 쿨피스를 사서 먹었다.
잠깐 피아노 치다가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햇빛이 아주 내리꽂히는 낮 2시에 자전거를 타고 2001아울렛 앞에 있는 커피빈엘 갔다.
홈플러스에 있는 커피빈이 훨씬 가까웠지만 그곳에서 책을 보는건 좀 웃기단 생각이 들었다.
아는 사람을 마주칠 확률이 아주 높고, 대충 아는 사람과 어색한 인사를 하는 것도 매우 귀찮은 일이니까.
2001 아울렛 맞은편에 있는 커피빈은 아주 시원하고, 혼자서 책보는 사람도 많고, 넓어서 좋다.
4시간동안 책도 보고, 영어 공부도 하고, 음악들으면서 멍때리기도 하고, 자아분석도 하고
그렇게 혼자 놀다가 더위가 좀 가시고 나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너무 배가 고파서 식탁위에 모카빵과 피아노 위에 포카칩을 먹고,
둘둘치킨에 치킨 한마리 반과 맥주를 시켰다.
2만8천원의 현금이 없어서 가족들이 십시일반했다. 다들 카드를 쓰는지라 지갑은 가난한 현실을 보여주는.
오랫만에 치킨과 맥주를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고  배를 두드리다가 갑자기 아침에 목욕탕에서 잰 몸무게가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아, 결국 아파트주위를 한시간동안 뛰었다. (사실 걸었다.)
피터팬 컴플렉스 노래를 들으면서. 대학 때 잠깐 빠졌었던 그룹인데, 잊고 있다가 요즘 다시 듣는다.
반가운 마음에 보컬 전지한이 쓴 피아노 책도 샀고, 덕분에 오늘은 피아노도 치고.
나는 전지한이나 이석원 같은 그런 가느다랗고 찢어질듯한 목소리를 좋아하는거 같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은 대게 작고 마르고, 시크하다. ㅋ  나랑 안어울리는....
나는 그런 남자들에게 어울리게 작고 귀여운 사람이고 싶지만 아무리 다이어트를 한다해도 그건 불가능할듯하다.

결론, 오늘은 참 보람찬 하루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초딩의 일기 같다. 그림일기 쓸 때, 항상 뭔가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아서, ' 참 기쁜 하루였다.' ' 참 즐거운 하루였다.' 라고 마지막에 꼭 한줄씩 쓰곤했다. 내가 이걸 기억하는 건, 엄마한테 혼나서이다.
왜 좀 더 잘 쓰지 못하고 맨날 똑같은 말만 쓰냐고 야단맞고, 당황했던 기억 때문에. 나는 왜 혼난걸까?

여하튼. 토요일의 이야기도 하고  싶어졌다. 
------------------------------------------------------------------------------------------------------

그러니까 토요일 아침에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다. 나는 급하게 나가느라 가방안에 충전된 배터리가 있겠거니 하고
그냥 나왔는데. 아뿔사 언니차를 타고 신촌가는 길에 가방을 뒤져보니 여분의 배터리가 없었다.
'어차피 전화올 곳도 없는데 뭐.' 라고 생각하며, 여유있게 신촌에서 2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며 할일을 했다.
그리고 드럼학원엘 가서 핸드폰 충전을 부탁하고, 연습을 했다. (우연히도 드럼 썜과 내 핸드폰이 같은거다.
사실 아침에도 다시 가방확인을 안해본게, 배터리 없으면, 학원가서 쌤한테 해달라고 하지 뭐. 이런 마음이었다.)
개인연습과 공연을 위한 합주연습이 끝나고, 4시쯤 학원을 나서면서 빵빵하게 충전된 핸드폰을 켰다.

띠리링..

한두개정도의 캐치콜이나 문자가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딱히 기다리고 있는 연락은 없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아무 신호가 없는 핸드폰이 갑자기 미워졌다.
혹시 핸드폰이 내 문자를 다 먹어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나한테 문자를 보내봤다.
'홍' 이렇게 써서. 잘만오더만. 아주 잘.
살이 얼마나 빠졌다 확인도 하고, 별렀던 9부바지도 살 겸 신촌현대엘 들렀다. 한 5군데서 입어봤나?
살이 빠지긴 빠졌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4개월전 보다. 하지만 내게 이쁜 바지는 아직없었다.
서운한 마음을 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천호현대엘  다시 들렀다. 5층을 돌면서 바지도 입어보고, 블라우스도
입어보고, 여튼 옷을 또 여러벌 입어봤다. 아직 백화점 5층의 이기적인 옷사이즈를 맵시입게 입기엔
내 몸에 남아있는 살들이 많았다. 덕분에 맘이 살짝 상할려는 순간. 꾸즈에서 맘에 드는 바지를 발견했다.
뭐 감탄사가 터져나올만큼 맵시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늘 입어봤던 수 개의 바지보단 예뻤다.
그리고 6만 8천원의 착한 가격에 20% 할인까지. 결국 2개나 사버렸다. 기쁜 마음에 바지에 어울리는
블라우스를 사려고 매장들을 둘러보다가. 베네통에서 맘에 드는 블라우스를 봤는데. 15만원이 훌쩍 넘어서
그냥 곱게 걸어놓고 나왔다. 그런 느낌의 블라우스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발품을 팔아야할듯하다.
반쯤은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2001 아울렛 맞은편의 커피빈엘 갔다.
새로나온 레몬 어쩌고 블렌디드 종류를 시켰다.  펀치를 모두 채운 커피빈쿠폰으로 사려고 비싼거 시켰는데.
아뿔사. 나는 오늘 지갑은 집에 두고, 딸랑 카드 한장 바지 주머니에 넣고
외출했단걸 까먹었었다. 바보. 결국 돈 주고 시원하게 마시긴 했지만 어쩐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래도 전지한의 일주일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법 이란 소설은 그런대로 재미있었고
(손발이 오그라들것만같은 습작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지긴했지만.) 
소설을 쓴 전지한의 목소리를 들어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러니까. 오늘 단 하나의 문자도, 단 하나의 전화도 안왔다는 사실이다.


나는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 커피도 마시고, 영어공부도 하고, 드럼연습도 3시간이나 하고, 쇼핑도 하고
책도 한권 읽었는데. 그래서 꽉 채운 하루를 보냈고, 만족스러운데 아무에게서도 아무런 연락이 오질 않았고
또 그게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님을 알고, 기분이 갑자기 너무 이상했다. 그러니까 괜찮은 기분이 더욱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늙어도 별로 아쉬울것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68세에도 혼자 이러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우울했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사람들은 혼자사는 불쌍한
노인네가 심심하지 않기 위해 발악을 한다. 라고 쯧쯧 혀를 차면서, 안쓰럽게 여기거나 비웃지 않을까?
아직 발생하지도 않는. 그것도 남들의 판단에 따라 내 모습을 재단하는 몹쓸 버릇이 다시 나와버린 순간.!

대학 때, 툭하면 전화기 꺼놓고 잠수타던 버릇이 생각났다. 전화기를 꺼놓거나, 무음으로 해놓고,나를 찾는
캐치콜과 문자. 부재중 전화를 보면서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기억.
부담스럽게 왜 자꾸 연락들 하고 ㅈㄹ 이야. 라고 혼잣말은 했지만 그래도 그건 분명 안도의 기분이었다.
폭포처럼 쏟아지던 고민의 양과 무게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하면서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듣기 위해 촉수를 세우고 있다는 안심. 뭐 그런거? 작은 위로였다.

하지만 난 지금 전화기를 꺼놓지도 않고(특히 서른이 된 이후에 그 버릇이 완전히 사라졌다. 전화 안받는 버릇도)
조금 외로운 기분이 든다고 해도, 놀이동산의 바이킹을 타듯, 그렇게 흔들리지 않고, 그냥 있다.
어떤 기분이라고는 말 못하겠고. 그냥. 하루종일 핸드폰이 좀 신경이 쓰였고, 그렇다고 감정의 기복이 있을만큼
심하게 외롭지도 않았고, 또 이렇게 잔잔한 나에게 조금은 만족하고, 조금은 안쓰러워하고. 뭐 그런거.

------------------------------------------------------------------------------------------------------

GMF 를 위해  피터팬 컴플렉스를 정주행, 역주행 마구하고 있고, 검정치마와 나루를 익숙하게 했다.
다음주는 기획사에 의한 아이돌의 외모가 부럽지 않은 훈남 '메이트'와 담담한 청춘'노리플라이' 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