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막./일상다반사

[일상] 유치찬란

#1 

친구는 좋은거다. 소중하다. 힘이된다. 학교라는 조직에 속하면서부터 쭉 친구는 젤 가까운 존재다.
갈라지는건  각자 결혼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가족에게도 못할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은 이제 새로운 가족, 그  다음이 된다.
엄마가 혼자 저녁 먹으면 안되니까 들어가봐야 해.   라고 말하는 친구는 없지만
남편이랑 밥 먹기로 했어. 라고  말하는 친구는 많다.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2

내 친구가 정말 잘되면 기분좋다. 원하는 일을 찾고, 원하던 걸 하고, 좋은 사람을 많나고, 행복해지고.
근데. 인간의 본성인건지. 아님 그냥 내가 부족한 인격이라 그런건지 내가 쪼금 더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친구가 내가 너보단 쫌 잘된거 같애. 라고 말하는거 같으면 살짝 배도 아프다.
유치해.

#3

친구의 어떤점이 참 부럽다. 나도 그랬으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가끔 기가 죽기도 한다.
근데 그 친구는 그게 자신의 컴플렉스라고 한다.
조금 더 어렸을 땐, 그 좋은걸 컴플렉스라고 여기는게 이해가 안갔다. 
내 컴플렉스를 자극하는. 나를 소심하게 만드는 그 친구의 그것.
지금은 조금. 아주 조금 이해가 간다. 똑같은 상황도 동전의 양면 처럼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거다.
단지, 난 그 앞면을 보고 부러워 하는 거고, 친구는 그 뒷면을 컴플렉스라고 느끼는 거고.

#4

"나   ●●●●● 이유 때문에 약속한거 못지키겠어"   라고 문자가 온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어쩐지 이 문자는 '거짓말' 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기에 ●●●●● 란 이유는 약속을 못지킬 이유가 전혀안되는것 같고(시간상)
그리고 내가 그 약속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면 전화 한통 할만한데 문자만 띡 보냈것도 그렇고.
사실 무엇보다도 내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약속을 깰수 밖에 없다는 문자가 오기 훨씬전부터
이런 문자가 올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일까가 궁금했을 뿐, 결론은 약속한거 못지키겠어. 라고 끝나는 문자는 필연적으로 올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예상했던것보다 그 이유가 좀 궁색하고, 조잡하다.
그 핑계로 된 이유가 아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단지 둘 사이에  별다른 인과 관계가 없을 뿐이고,
그 핑계가 될 만한 사실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다른 이유를 대서 결론은 똑같았을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이 발생함으로써 '어이쿠. 바로 이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문자를 보낸거겠지.

이 모든게 사실 내 오해일지도 모른다.아니 아마 오해일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건.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만큼 우리의 관계가 변했다는 것이다.
아니 그보단 내가 변했다고 하는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냥 시간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근데 조금. 슬프다.

#5

내 친구 중에 아주 참한 친구가 있다. 객관적인건 아닌데. 우리 둘다 아는 사람들은 다 그 친구가 더 괜찮다. 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성격이 아주 달라서 바운더리 자체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그 친구가 모두가 입을 모아
저 아이는 참 괜찮군. 이라고 말을 한다.  나에 대해선 대부분 호불호가 갈리지만.
심지어 나 조차도 그 친구는 나보다 꽤 괜찮은 친구. 라고 생각을 한다.

근데 오늘 어떤 사람이 나는 참 좋은데, 괜찮은거 같은데. 모두가 괜찮다고 하는 그 친구는 별로라고 했단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를 전하는 친구마저도, 참 이상해. 널 괜찮다고 하는 것도 참 신기하고(이거..농담이다. ㅋㅋ 오해마시길. 단지 내가 덜 여성스럽고, 덜 참하다는 것 뿐. 나도 나름 장점이 있다. 아니 많다. ㅋㅋ)
왜 XX 를 안 좋다고 얘기할까. 그런 사람 처음 보는데. 뭔가 오해가 있었나봐.
라고..
참 지랄맞게 소심하고도 소심한 내 성격답게, 조금. 아주 조금. 으쓱했다. 맞다. 이 친구는 바로 4번의 그 친구인거다. 열등감이라고 표현하기엔 우정이 깊은 친구지만, 그래도. 내가 100전 100패는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했다.

물론 그러고 나서. 내 친구를 별로라고 평하는 어떤 사람을, 얘기를 전하는 친구와 함께 끝간데 없이 씹었댔지만.

#6

엄마가 맨날 친구들 얘기며, 동네 사람들 얘기며 하며 흉을 볼 때
(우리 엄마는 흉보는걸 굉장히 안 좋은 행동으로 생각하면서, 꼭 나한테 다른 사람 흉을 본다.
딸에게 얘기하는건 흉보는게 아니라 그냥 엄마의 감정을 얘기하는 거라고 우기신다.)
대체 그런 유치한 감정은 나이를 그렇게 먹어도 안 없어지는 거야?  라고 반문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서른이 된 나도 여전히 이렇게 유치하고 한심한 감정들이 많은데 뭐.
그리고 내가 환갑이 지난다고 해도, 별다를바 없을 것 같다. ㅋㅋ

#7

아. 맞다. 오늘 중요한 생각을 했다.
내가 몇 십년 후에 2009년 나의 서른을 돌아봤을 때.
'서른살부터 내 삶은 달라졌지....내가 지금 이만큼 살았던건 바로 2009년이 있어서였어'
라고 회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려면 5개월 남짓 남은 나의 서른.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