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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일상다반사

[일상] 날마다 소풍




나의 책임하에 움직이던 첫번째 프로젝트.
아니. 내가 책임감을 느끼던 첫번째 프로젝트.
테스트가 잘 안되서. 묘한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게 맞는지 몰라서
일상이 온통 어지럽던 한주.

야근 야근 야근 회식 야근의 일정을 보내고
토요일 오전을 근사하게(?) 숙면으로 보내고
거실로 나가 티비를 틀었다.

인간극장- 날마다 소풍 



서울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던 유광국씨는 4년 전
직장생활속에서 희미해지는 자아를 느끼고 서울 삶을 정리하고
여자친구이던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해서 제주도로 내려왔다.

집안의 가계는 북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유지하고
나머지는 하루 하루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하며 살아간다.

관점에따라 태평한군. 한가한 소리야. 라고 애써 폄하하거나
부럽군, 대단한데. 라고  부러워하거나 혹은 에이고 나중에 어쩔려구. 라면서 진심으로 한심스러워 하거나.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선텍의 삶이다.

그들의 삶이 특별한건.
비슷해지기 위해 애쓰지 않는 것.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타인의 평가나 판단에 구애받지 않는 것.

다큐에서 보이는 것만이 아마 전부는 아닐게다.
갈등을 했을거고. 한 두번은 후회도 했을 거고.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세상에 언제나 최선이고 최고이며 걱정할 것 없는 선택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깐.

어찌되었던 중요한 건 그들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탓하는 법 없이. 생을 낭비하는 법 없이.
일상에 감사하고 삶에 충실하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물론 아니겠지만.) 다큐의 시각이 남편의 시각이었다는 것? ㅋㅋ


마지막 쯤에 남편이 하는 말.

내가 지금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들이 나에게영향을 주어서 분명히 어떤 결과를 낼꺼에요.
그게 뭐가 되었든 무모한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아요.

그들의 삶에 박수를 보내며
잠시 잊고 있던 내 일상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제주도는 나의 로망이고 꿈이지만. 아직 그곳은 나에게 꿈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그게 내 현실이라서가 아니라 나는 어떤 의미에선 지금의 삶의 패턴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 일은 갈수록 책임감이 많아지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나이를 먹으면 신경써야할 관계들이 늘어나고 삶이 더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잃지 않으면 되는 거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오랫만에 반신욕을 하다가 문득 잊고 있던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생각났다.

소설책 5권쯤 아니면 만화책 스무권쯤 쌓아두고
맥주한잔 마시면서 음악듣기.
탐욕스럽게 활자를 집어삼키던 방법 ㅋㅋ

다시 한번? ㅎ
그보다. 올 여름 가고자 하는 인도차이나 여행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