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번째 상담이 있던 날이었다.
접수면접을 포함하여 6번째.
MMPI 검사한거랑 문장완성 검사 한거랑 보면서 해석을 들었다.
내성적이고 우울감이 심하고 방어 능력이 약하다.
그 밖에 다른 것들은 대부분 정상의 범주에 들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위의 세가지는 내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삶의 방식을 반영하는 것일게다.
인정을 받는 것과 관계를 맺는 것은 다르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많은 인간관계를 놓치고 지나간 것들이 사람과 환경을 대하는 나의 태도나 방식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인정을 하게 되었다.
겁쟁이. 두려움.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관계를 맺는 다는 건. 나의 존재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깐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도움이 되지 못하면 난 상대방에게 무가치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맺고 있는 많은 관계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심지어 상대방이 느끼는 것과 달리
피상적이고, 표피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 여기까지가 상담자의 해석.
내담자로서의 나는. 지금 혼란스러운 상태다.
어쩌면. 내가 처음 상담을 받을 때 진짜로 원했던 것은 변화가 아니라 '당신! 그동안 정말 수고했군요! 대단해요~' 라는 인정 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밑고 끝도 없는 열등감과 죄의식. 그리고 우울감이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 문제였다니.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낯설고도 낯설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허름하고 볼품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형태를 갖추고 있던 방어막을 벗어놔야 한다는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솔직히 마음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다.
사람을 평가하고, 서열화 하고. 순위를 메기고, 그 사이에 나의 위치를 가늠하고, 그래서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는 경우에만 관계를 맺기 시작하여, 나의 가치를 인정받을 때 만족하고, 그렇지 않는 관계는 보호막 안에서 익숙해질 뿐 친밀해지지 않는 사이를 유지하고.
이대로 쭉 살아도 사실 크게 문제는 없다. 죽을 만큼 힘든 것도 아니고, 해결하지 못한 갈등에 숨막히는 것도 아니니깐.
그렇지만 지금 정도의 만성적인 우울감이 내 삶의 나머지 시간들을 지배한다면.
그리하여 나의 자녀가 될 어떤 인격체가 영향을 받아 또다시 역사가 반복된다면.
더불어 나의 반려자가 이런 나를 배려만 하다가 지치고 만다면
아마 죽는 순간을 후회와 아쉬움으로 남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인가는 변해야 한다. 아직은 무엇이 변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쉽게 정리가 될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은.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좀 더 깊은 통찰을 했으면 좋갰다.
그리하여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건. 진심 그거 하나다.
관계를 맺는다.
라는 건. 도댜채 무엇이고 어떤 느낌일까?